금감원 임원 인사를 앞두고 금감원 국·팀장급 내부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 일각에선 임원 승진을 꺼린다는 ‘기피 현상’까지 거론된다. 금감원의 한 국장은 “임원이 되기도 힘들지만 요새 같아서는 그냥 국장으로 있다 퇴직하는 게 나은 거 같다”며 “임원에 대한 생각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감원 간부는 “그래도 시켜주면 할 거 아니냐는 얘기가 있지만, 이것저것 생각해보는 건 사실”이라며 “애들이 한창인데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임원으로 있다 하루아침에 나갈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하다”고 털어났다.
금감원 임원은 이른바 ‘별’이다. 원장을 제외한 금감원 임원은 감사를 빼고 수석부원장 포함 부원장 4명, 부원장보 9명으로 총 13명이다. 하지만 해외 사무소, 지방지원을 제외한 본부 실국장만 60명에 이르고 전체 직원은 1900명에 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신입직원으로 들어와 임원이 될 확률은 1%가 채 안 되는 셈이다. 금감원 부원장은 금감원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며 부원장보는 원장이 직접 임명하지만 실제로는 모두 청와대 인사 검증을 거치는 자리다.
이는 금감원 내부만의 ‘불평불만’은 아니다. 최근 금감원이 쇄신을 위해 외부 인사 영입 차원에서 임원자리에 여러 현직 교수를 고려했지만 당사자들이 고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감원 임원으로 올 정도의 교수들은 현재 외부 사외이사로 활약하는 이들이 많다. 금감원 임원의 연봉과 퇴임 후 취업제한, 임기의 불안정성, 금융위와 정치권의 감독, 언론의 감시 등을 고려할 때 손익계산서상 스트레스만 많은 금감원 임원 자리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정치권과 관료 등 외풍에 쉽게 흔들리는 금감원의 취약한 독립성이 조직원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는 현상이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늘고 길게 산다는 보신주의 행태가 금감원 밑바닥 정서에도 확산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