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트럼프]②어둠 속의 실세, 스티브 배넌

안승찬 기자I 2017.08.18 06:00:00

트럼프에 “지지세력인 백인우월주의자 비판 않는 게 좋겠다” 조언
과격한 인종주의적 성향에 해임 요구 나와도..트럼프 “배넌은 내 친구” 감싸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2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백악관의 비선 실세”라고 보도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두둔하는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어와 편견”이란 발언을 하도록 조언한 인물로 알려졌다.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두둔하는 “여러 편(many sides)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이란 발언이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입김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샬러츠빌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자, 배넌이 “극우 활동가들을 지나치게 비난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배넌은 평소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배넌은 백악관에서 여러 참모들과 회의할 때 대체로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회의가 끝난 이후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독대한다. 이때 배넌의 의견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배넌과 트럼프 대통령이 독대만 하면 뭔가가 나온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미군 복무 불허 등이 모두 배넌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배넌이 조언하면 트럼프가 대체로 동의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배넌은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버지니아텍(버지니아 공대)을 졸업하고 조지타운대에서 국제안보 석사,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해군에 입대해 7년 동안 장교로 복무했고, 전역한 뒤에는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배넌은 1990년대 인기 인기 텔레비전 코미디 시리즈 ‘사인필드’에 투자해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그 돈으로 백인우월주의를 표방하는 극우 성향의 언론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를 공동 창업하면서 본격적인 색깔을 드러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넌을 선대본부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다. 이때부터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람이 된다.

배넌은 사실상 백악관을 장악한 ‘비선 실세’라고 평가가 나오지만, 백악관 내에서 배넌을 싫어하는 사람도 널렸다. 그는 인종주의적 성향뿐 아니라 반유대주의 성향을 보인다. 유대인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큐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특히 배넌을 싫어한다. 쿠슈너와 같은 유대인이자 트럼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인 언론재벌 루버트 머독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놓고 배넌을 해임해야 한다고 건의한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배넌의 교묘한 술책을 더이상 용인하지 않겠다”고 경계한다.

하지만 배넌은 건재하다. 배넌을 해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배넌을 좋아한다. 그는 나의 친구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그는 인종주의자가 아니다”라고 감쌌다. 그러면서 “대안 우파를 공격한 대안 좌파는 어떤가? 그들은 죄가 없는가? 그들이 손에 곤봉을 들고 휘두르며 공격한 것은 어떤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기자회견을 지켜본 듀크 전 KKK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정직하고 용기 있게 샬러츠빌 사태의 진실을 말하고, 좌파 테러리스트들을 비판해 줘 감사하다”라고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지지세력인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손을 놓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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