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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지역 6억 초과 아파트, 2금융권 가면 대출 더 받는다

노희준 기자I 2017.08.07 06:00:00

투기지역 대출옥죄기 ''빈틈''
대출규제 비율 업권마다 달라
서울 11개구, 세종 등 투기지역
주담대 만기 10년 넘게 빌리면
LTV, 은행보다 10%포인트 높아
''막차 수요'' 대출쏠림 현상 우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연봉 6000만원인 회사원 김모(40)씨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매매가 8억원 아파트를 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기로 했다. 김씨는 대출조건으로 연 3.5%, 만기 30년 원리금균등분할 상환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8·2 부동산 대책’으로 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지난 3일 이후 40%로 낮아져 원하는 만큼의 대출금액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궁리 끝에 농협 단위조합 지점을 찾아 문의한 결과 LTV를 10%포인트 높은 5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고 답변받았다. 예상한 연 3% 금리보다는 높은 4%대 금리였지만 같은 조건에서라면 대출을 진행하기로 했다.

8·2 부동산대책에 따라 정부의 ‘대출 옥죄기’가 본격화했지만 김씨처럼 대출 규제의 ‘빈틈’도 남아 있다. 보험을 제외한 2금융권에서는 투기지역의 6억원 초과 아파트라도 LTV가 은행보다 10%포인트 높다. 금융감독규정에 따른 투기지역 대출규제 비율이 금융권마다 달라 규제 적용까지 시차가 발생해서다.

◇ 8월 중순까지 대출금 더 받을 수 있어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농·수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에서 투기지역 담보가액 6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만기 10년 넘는 기간으로 받는다면 50%의 LTV를 적용한다.

서울과 세종시 등 11개 투기지역을 전제로 모든 조건을 똑같이 할 때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보다 10%포인트 높은 LTV를 적용받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간은 이달 중순쯤 바뀌는 감독규정 개정 전까지다.

예를 들어 연봉 6000만원의 회사원이 상호금융에서 대출을 받는다면 8000만원을 더 빌릴 수 있다. 은행에서 빌릴 때는 LTV 40%를 적용받아 대출 가능금액이 3억2000만원이지만 상호금융에선 10%포인트를 더 적용해 4억원을 받는다.

특히 2금융권에서는 은행과의 대출금리 차이가 더 작을수록, 대출 만기를 더 길게 할수록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이 더 늘어난다. 상호금융에서는 조합마다 차이가 있지만 아파트담보대출은 평균적으로 은행권보다 0.5%포인트 정도 금리가 높다.

신협 중앙회 관계자는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4%”라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한 농협 단위조합에서는 아파트담보대출의 최저금리를 연 3.3%로 운영하고 있다.

◇규정 개정전 2금융권 ‘대출 쏠림’ 우려

다만 같은 2금융권이라도 보험사는 투기지구의 LTV가 은행과 똑같다. 이렇게 규제지역에서 은행과 2금융권 간 LTV가 다른 것은 감독규정 적용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법적으로 담보가치와 만기 여부 등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투기지역에서 LTV·DTI를 40%로 죄기 위해선 감독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감독규정 개정까지 2주간의 빈틈을 노려 대출금을 더 받을 수 있는 2금융권으로 ‘대출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있다. 여기에 2금융권의 ‘절판 마케팅’까지 이뤄진다면 2주 새 대출이 급증할 수도 있다. 자칫 사례에서처럼 8000만원이나 차이 나는 대출금을 쫓아 2금융권으로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 “절판마케팅 등 리스크 관리”

시중 은행 고위 관계자는 “상호금융에서는 투기지역의 6억원 초과 아파트 담보대출에 대해 LTV를 10%포인트 높게 적용하는지 몰랐다”며 “당장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은 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높은 금리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2금융권의 쏠림 현상이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주택시장 전반이 관망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주거래은행에서의 이탈, 2금융권 이용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등을 볼 때 무리해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막차 수요’에 따른 대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각 금융협회를 통해 전 업권에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한 상태다.

강화된 LTV·DTI 적용 등과 관련해 금융시장과 금융소비자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업권별로 ‘합동대응팀’을 구성하고 금융사별 준비상황, 대출동향을 일일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금융권의 절판마케팅 등이 이뤄지지 않도록 창구지도와 함께 협회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 강화를 전달했다”며 “현재 급격한 대출 증가가 이뤄지지 않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대출이 늘어난 곳에 대해서는 현장점검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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