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가격 인상 막차탔다'…이번주 맥주값 인상

김태현 기자I 2016.12.05 05:10:00

업계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늦어져"
하이트 맥주사업 침체 가격인상 불가피
내년 빈용기 보증금 인상…하이트 부담↑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하이트진로(000080)가 이번 주 맥주 가격을 인상한다. 불경기와 촛불집회 등으로 시장 분위기는 좋지 않지만, 수입맥주와 오비맥주 공세로 맥주 사업이 삐걱거리는데다 내년 빈용기 보증금 인상까지 앞두고 있어 가격 인상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이번 주 주요 맥주 제품인 하이트 가격을 인상한다. 하이트진로는 주류 도매상 측에 가격 인상 계획을 밝히고 세부 일정 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구체적인 인상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비맥주와 비슷한 평균 6%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 가격 인상과 관련해 “가격 인상 여부와 시기 등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맥주 가격 인상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10월 28일 오비맥주가 가격 인상을 발표한 이후 인상 시기를 곁눈질했지만, 불경기에 촛불집회까지 겹치면서 시장 분위기가 침체하면서 가격 인상 시점을 좀처럼 잡기 어려워졌다. 일각에서는 가격 인상 주사위가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간 것 아니냐는 전망도 흘러나왔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5.8로 지난달보다 6.1포인트 떨어졌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주류업계 대목인 연말임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춧불집회가 계속되면서 소비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좋지 않은 시장 분위기에도 하이트진로가 가격 인상 강행에 나선 건 그만큼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이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하이트진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맥주 사업 누적 영업손실은 221억5184만원으로 불과 1년 만에 다시 적자 전환했다. 매출도 같은 기간 6.4% 줄어든 5876억7694만원으로 집계됐다.

수입맥주와 오비맥주의 공세가 하이트진로 맥주 사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2010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수입맥주는 2010년 2.8%였던 점유율이 올해 10%까지 증가했다.

한편, 올 초부터 계속된 오비맥주 가격 인상설이 돌면서 주류도매상을 중심으로 오비맥주 사재기가 성행하면서 상대적으로 하이트 판매가 줄어든 것도 큰 타격이 됐다.

내년부터 인상되는 빈용기 보증금도 하이트진로의 맥주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환경부의 빈용기 보증금 관련 법령 개정안에 따라 2017년 1월 1일부터 소주병 40원, 맥주병 50원의 빈용기 보증금이 소주병은 100원, 맥주병은 130원으로 각각 두 배 넘게 인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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