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인터넷 내용규제도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사회적 합의 필요

김현아 기자I 2016.11.06 08:40:0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박근혜 정부의 정책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그리고 ‘비정상의 정상화’로 요약된다. 앞의 두 개가 진흥의 영역이라면 뒤는 규제 철학이다.

하지만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치로 한 정부의 규제정책은 시민이나 이용자 관점보다는 박정희 정부 시절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담고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최순실 씨 사태로 정부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거국 내각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인터넷에 대한 내용규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국무조정실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온라인상 불법조장 웹사이트’ 차단은 범정부 차원의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에 포함됐다.

스마트폰 보급이 대중화되면서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접해 왜곡된 성 의식이 우려되니 음란물 유통을 차단하는 일을 규제 과제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음란물 외에도 ‘유해정보’라는 카테고리가 규제의 한 축을 형성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는 201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의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고 언급한 뒤, 국조실이 같은 해 12월 80개 정상화 추진과제를 확정해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 4일 열린 방통위가 주최한 ‘방송통신분야 비정상의 정상화 학술세미나’에서는 방통위 차원의 불법유해정보 차단 및 제어 노력이 소개되고, 이에 대한 패널들의 토론이 있었다.

방통위의 1년 업무평가 성격이었던 이날 토론회는 황창근 홍익대 교수 사회로 방통위 실무자, 경인교육대 임상수 교수, 실제 차단업무를 맡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명호 팀장, 아프리카TV 장동준 전무 등이 참석했다.

인터넷 행정규제를 맡는 방통위와 실제 모니터링과 차단업무를 하는 방심위 모두 유튜브에 음란물이 더 많지만 아프리카TV 등 국내 기업만 주로 규제하는 현실을 고려한 듯, 해외의 불법 유해정보 차단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며 사업자와 자율규제 시스템을 가동해 민관협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인터넷 포털이나 인터넷 방송 등 부가통신사업자가 불법음란정보를 명백히 인식한 경우 지체 없이 삭제 또는 추진토록 의무를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 입장에선 네이버나 다음, 아프리카TV에서 올라오는 음란물이나 유해성 정보를 빠르게 차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만, 사업자들 입장에선 ’불법음란정보’의 정의가 불명확하고, ‘명백히 인식하는 경우’나 ‘지체없이 삭제’라는 개념의 모호성을 걱정하고 있다.

장동준 아프리카TV 전무는 “현행법에 위반되는 불법 콘텐츠에 대해 막아야 하고 벌을 받아야 한다는 데는 1%도 이견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불건전 정보라고 카테고리를 넓히면 표현물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로 민주주의나 다원성을 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명호 방심위 팀장은 “구글이나 트위터, 페이스북에 직접 시정요구하는 것도 11월부터 하고 있다”면서 “방통위 인터넷윤리팀 인원이 너무 적어 정부 주도 역량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능동적인 불법 정보 규제체계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계 입장은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였다.

임상수 경인교육대 교수는 “명백한 불법 정보는 (차단에) 이견이 없지만 유해정보는 나름 논란이 많다. 지금 기준이 모두 옳으니 처벌하자는 건 과다하고,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니 사회적 합의에 더노력해야 한다”면서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 음란물 유포로 피해 본 아이들의 인권 보호 측면에서 잊혀질 권리 맥락에서 보호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창근 홍익대 교수는 “얼마 전 소라넷 등 음란사이트 초기 접속 차단에 대해 성인 이용자 20명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국가 차단에 대해 1,2심 법원이 인정했다”면서 “하지만 차단조치는 필요 최소한의 것이어야 하고, 법원 판단도 매번 바뀌니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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