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복장과 말투, 걸음새 등에서 할아버지를 흉내 내는 김정은의 ‘김일성 따라 하기’가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부족한 정통성과 권위를 ‘김일성 향수’로 메우려는 속셈이다. 당 산하에 여러 위원회가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당위원장이란 칭호를 택한 것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비서의 직책 승계를 피하면서 이들과 동급 반열에 올랐음을 은근히 내비친 의도로 읽힌다.
|
국제사회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대남 대화 제스처를 선전 공세로 일축하고 북핵 강행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다짐했다. 미국과 일본은 비핵화 약속 이행을 촉구했고, 중국은 한술 더 떠 “한반도 비핵화라는 시대 조류에 맞추라”며 북한을 압박하고 유엔안보리의 대북 결의 준수를 관련국들에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남북 공존과 공영을 통해 통일에 기여한 민족의 영웅으로 거듭날 것인가, 아니면 ‘핵 불장난’으로 할아버지가 저지른 천추의 한을 되풀이한 민족의 역적으로 기억될 것인가가 애오라지 그의 판단에 달렸다. 이런 맥락에서 핵을 포기하고 번영의 길을 택한 이란은 그에게 더없이 훌륭한 교범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사회가 단단히 뭉쳐야 한다. 행여나 남남 갈등으로 그의 오판을 부추기는 한심한 작태가 재연돼선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