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털 이불 및 원단 전문업체 ㈜내외의 이재일(54) 대표는 국내 구스다운 이불 사업의 1세대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암스트롱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딴 뒤 1990년 부친이 운영하던 내외산업에 입사하면서 거위털 이불과 인연을 맺었다.
내외산업은 1980년 설립한 국내 최초 구스다운 이불 제조업체다. 솜이불이 주류였던 당시에는 매우 생소한 아이템이었지만 롯데백화점 전점에서 판매할 정도로 우수 중소기업이었다. 승승장구하던 내외산업이 다른 회사와 합병된 1995년 이 대표는 내외베딩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거위털 침구산업을 이어나갔다.
백화점 판매와 호텔 납품 등을 주로 하던 이 대표는 당시 막 태동을 시작한 통신판매업에 눈을 돌렸다. 통신판매업의 발전 가능성을 봤던 이 대표는 전체 매출의 90%를 통신판매를 통해 올렸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특정업체와의 거래 비중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외환위기라는 외부환경 탓도 있었지만 위험분산을 위해 거래처 다변화를 꾀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시 내외베딩에는 재무전문가가 아예 없없다. 주먹구구로 회사 회계를 관리하다보니 사전에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시 그는 거주하던 집까지 처분하면서 거래처 대금 등을 지급했다. 입은 피해만 약 18억원 가량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 열정을 쏟았지만 실패의 맛을 보고 나니 섬유, 구스다운, 이불 사업은 쳐다보기도 싫었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재기를 위해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2004년에는 로밍서비스를 하는 국제텔레콤서비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IT(정보기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IT사업에 대한 관심도도 높았고 해외로밍서비스가 지금처럼 편리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손쉬운 해외로밍 서비스가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분을 인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을 인수하면서 마케팅 부문을 총괄했지만 IT산업에 대한 배경지식이 얕고 사업 계획보다 기술발전 속도가 훨씬 빨라 이 사업에서도 이 대표는 발을 뺐다. 그는 “다양한 종류의 사업을 했지만 잘 아는 분야가 아니다보니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절치부심한 이 대표는 2012년 5월 5000만원의 자본금을 들고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구스다운 사업을 재개하기로 마음먹었다. 과거 실패를 거울삼아 거래선도 백화점, 온라인 판매 등으로 다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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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은 바로 아내다. 이 대표는 아내와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시장 조사를 했다. 지난 10년간 구스다운 이불시장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깨달은 이 대표는 성공가능성을 엿봤다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 “내외베딩 운영 당시 거래처 등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당시 사업을 정리할 때 거래처에 피해를 주지 않았던 신뢰감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거위털 부문에서만큼은 전문가를 자부하는 이 대표는 사업 첫해 9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내외는 지난해 매출 40억원을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올해는 매출 60억원을 목표로 한다.
지난 2013년 구스다운 원모 가격이 2배 이상 오르면서 이불 사업뿐만 아니라 구스다운 유통사업에도 진출했다. 세계 최고의 원단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의 가게야마와 독일 원단회사와도 제휴를 맺고 원단 유통사업도 시작했다. 이불 하나에만 의존해서는 과거의 실패를 밟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자체 브랜드 ‘구스앤홈’으로 현대백화점(069960)과 NC백화점 등에 매장을 개설하고 판매중이다. 2017년까지 백화점 내에 20개 매장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백화점 MD(상품구매자)들이 국산 구스다운 이불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불 원단과 구스다운 판매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재도전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실패를 경험한 뒤 다시 일을 시작하면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을 갖게 된다”며 “오히려 재도전에 나섰을 때에는 처음보다 더 여유 있는 마음을 갖고 천천히 사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창업 지원정책이 빨리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자금과 함께 인력을 지원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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