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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X 심장은?…'구형엔진 GE' VS '기술이전 말 바꾼 유로제트'

김관용 기자I 2016.03.21 06:30:00

KAI 전투기 ''심장'' 엔진 공급사 선정 절차 착수
GE K-FX 탑재용으로 ‘F414-400’ 모델 제안해
성능 높이는 세라믹복합소재 기술도 적용 안해
유로제트 기술이전 GE와 유사한 58% 수준 제시

[이데일리 김관용·최선 기자]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가 자칫 ‘구닥다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투기의 심장 역할을 하는 엔진 분야 기술을 해외에 의존하다 보니 최신 기술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 방위산업 업체의 기술이전 약속도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 1월 시작된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은 2026년까지 이어지는 사업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2032년까지 120대를 양산해 공군에 배치할 계획이다. 개발비는 약 8조원, 양산비는 약 9조3000억원(대 당 778억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 개발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이 중 엔진 부분은 해외에서 기술을 들여와 기술협력 생산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무기 개발 사업을 통해 시제기 6대와 예비엔진 분량을 포함해 15기의 엔진을 확보한다. 방위사업청은 이 사업에 약 2억달러(약2325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120대의 쌍발 엔진 전투기를 양산목표로 하고 있어 국내 물량은 보충분 포함 260기다. 총 양산비 중 엔진 부분이 약 30% 가량을 차지한다.

◇GE, 신기술 두고 구형 제품 제안해

하지만 전투기 엔진을 제안한 업체들이 최신 기술이 아닌 과거 제품을 제안하고, 기술이전 약속 또한 말을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K-FX 탑재용 엔진으로 제안한 기본 모델이 ‘F414-400’다. 1980년대에 개발한 ‘F404’를 모태로 한 제품이다. F404는 미 해군 함재기 ‘F/A-18 호넷’을 위해 개발한 엔진이다. 개량형 전투기인 ‘F/A-18E/F 슈퍼호넷’에 탑재한 ‘F414는 원형 모델인 F404 보다 추력을 35% 가량 높인 게 특징이다. 짧은 활주로에서 이륙해야 하는 함재기 특성상 최대 추력이 경쟁 제품인 유로제트 엔진보다 높다.

GE는 이번에 기존 F414-400을 업그레이드해 추력을 최대 10%까지 높일 수 있는 ‘F414-KI’를 K-FX 엔진으로 제안했다. 문제는 이 엔진의 성능이 GE가 보유한 최신형 엔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GE는 경쟁사인 유로제트가 제안한 ‘EJ 200’의 대응 제품으로 최신형인 ‘F414-EPE’를 앞세우면서도 F414-KI가 우리 군이 요구하는 엔진 성능을 충족하고 있다는 이유로 신형 모델 대신 구형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새롭게 개발한 ‘세라믹복합소재(CMC)’도 적용하지 않았다. CMC로 제작한 블레이드(압축기나 팬의 날개)는 종전 초내열 합금보다 20% 더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고 무게는 합금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훨씬 가볍고 연료 소모가 적은 전투기 개발이 가능하다.

GE는 CMC 기술을 올해 민항기용 엔진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KF-X 사업에는 기존 구형 엔진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 제시했다. 다만 GE 측은 향후 엔진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신소재 기술 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GE는 연료 소모율은 이전 엔진에 비해 25%가 더 낮고 추력은 최대 10% 더 높은 최신형 엔진(3기류 적응형 사이클엔진(ACE))도 개발해 놓은 상태다. 연료 효율이 현저히 높아 이 엔진을 장착하면 전투기 작전 반경이 35%까지 확대된다.

익명을 요구한 무기체계 전문가는 “신소재 적용 엔진은 전체 형상은 변하지 않고 팬 소재만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차세대 개발 과정에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신소재 적용에 대해 GE 측이 가격을 높게 부를 경우 이미 전투기 구조가 GE 엔진에 최적화 돼 있는 상황이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6년 후에 사용할 전투기가 예산 문제로 구닥다리 엔진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지금부터 신기술 적용에 대한 협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K-FX 성능 기준을 바꾸려면 공군에서 필요성을 제기한 뒤 합동참모본부 결정을 거쳐야 하는데 방사청까지 오는데 최소 1년은 넘게 걸린다”면서 “노후화된 전투기 교체로 인한 공군의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계획으로도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라고 난색을 보였다.

◇“유로제트, 100% 기술이전 말 바꿔”

유로제트 역시 기술 이전과 관련해 말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로제트 측은 지난 2014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 KF-X 엔진을 100% 국산화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해 한국을 방문한 클레멘스 린덴 CEO는 또한 “엔진의 핵심 기술을 한국에 이전하겠다”며 “방대한 규모의 기술 이전 패키지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유로제트 입장 표명은 우리 군 당국에 100% 기술 이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번 입찰에서 실제로 유로제트가 제안한 기술이전 비중은 58% 정도다. 수치적으로만 보면 GE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유로제트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ITAR)를 받지 않아 경쟁사 보다 더 적극적으로 기술 이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이같은 논란에 대해 K-FX 개발 주관업체인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관계자는 “엔진은 연료 소모가 적고 추력이 좋은 것이 좋은 제품이지 엔진이 구형이냐 신형이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며 “이미 이에 대한 평가 기준에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적절한 기종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KF-X 엔진 기종은 4월 중 결정된다. KAI가 엔진 기종을 선택하고 이를 방사청에 제안하면 승인 과정을 거쳐 6월 경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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