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베이징시는 지난달 1일부터 사무실, 식당, 호텔, 병원 등 모든 실내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전면 금지했다. 한마디로 ‘지붕이 있는 곳에서는 담배 피우지 말라’는 금연 조례인 셈이다. 심지어 실외에서도 줄 서 있는 공간에서 흡연을 제한하기로 했다.
조례 시행 당시만 해도 대다수 베이징 시민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수십년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를 물어 온 중국 흡연자들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의외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터미널과 사무실 내 흡연실이 전면 폐쇄됐고 웬만큼 규모있는 음식점 안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베이징시는 금연 조례를 어길 경우 업주들에게 최고 1만위안(약 18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베이징 시내에 포상금을 노리는 이른바 ‘흡연 파파라치’는 수천명에 달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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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은 집권 3년차를 맞아 정치적 영향력과 자신감이 절정에 달한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힘과도 무관치 않다.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온 시진핑 정부가 이번엔 금연을 강조하고 나서자 특히 국영기업들이 서슬 퍼런 권력에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초강력 금연정책은 중국 담배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담배공사(CNTC)의 지대한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CNTC는 국가독점 기업으로 세계 담배생산의 약 4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담배생산기업이다. CNTC가 2011년 올린 순이익은 1180억달러(약 133조원)로 정부 재정수입의 7%가 넘기도 했다.
이 같은 공룡기업의 힘을 좌지우지하며 개혁을 이끌어내는 것은 중국의 거대한 부실 국영기업들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연정책에 이어 담뱃세 인상 등으로 시진핑 정부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CNTC를 누른다면 상대적으로 다른 개혁은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부정부패와의 전쟁, 국영기업의 역할 축소 등 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시진핑 국가주석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물론 흡연으로 인한 중국인 건강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중국의 흡연인구는 3억명이 넘고 지난 30년 동안 중국의 폐암 발생률은 5배 가량 높아졌다. 한 조사 자료는 2030년 중국 중년남성의 3분의 1이 흡연에 따른 질병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금연정책은 베이징시에 한해 우선적으로 시행하지만 머지않아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얼마나 큰 파장이 일 지, 그에 따른 시진핑 정부의 대응은 어떠할지 주목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