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열정 페이’란 어려운 취업 현실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젊은이들에게 열정이란 이름으로 행하는 저임금 노동의 다른 말이다. 열정 페이의 뿌리엔 ‘너 아니어도 일할 청춘은 많다’는 속뜻이 스며 있다.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력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자 생겨난 서글픈 사회 현상이다.
그런데 아파트 시장에도 열정 페이가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그 방식은 조금 다르다. 기록적인 저금리 시대는 전셋집 급감을 부채질했고 잠잠하던 월세마저 오름세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이참에 내 집을 마련할까란 고민이 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5개월 연속 월별 최다치를 기록한 것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건설사들은 느긋해졌다. 더욱이 지난 4월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여유’는 ‘기고만장’으로 변했다. 분양가를 시나브로 올려도 청약 경쟁률이 최고 수백 대 일을 넘나드니 말이다. 건설사 입장에서 ‘너 아니어도 살 수요자는 많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시점은 이때부터다.
일부 인기 아파트 단지에서 10% 안팎이었던 계약금을 두 배(20%)가까이 올리는 건 흔한 일이 됐다. 옵션 품목인 발코니 확장 비용까지 의무로 넣어 버리는 아파트도 부지기수다. 어떤 단지는 홍보 없이 바로 분양에 나서는 ‘깜깜이 분양’도 서슴지 않는다.
아파트 분양권 거래에서 열정 페이는 더욱 불을 뿜는다. 위례신도시와 동탄2신도시, 서울 왕십리뉴타운 등에서는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꾼이 몰리면서 아파트 분양권에 웃돈이 천정부지로 붙고 있다. 여기에 매도자가 내는 양도세마저 매수자가 내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상황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냐고 묻자 한 공인중개사는 “여기는 매도자가 갑(甲)이니 사정이 안되면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말한다.
앞날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앞으로도 내 집 마련에 대한 열정을 웃돈으로 계속 지불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영원한 상승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여유로 망각하는 순간 상황이 역전됐을 때 나올 한숨은 더 커질 것이란 걸 기억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