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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일본인 최초로 미국 의회 연설무대에 오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과거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대해 결국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에 분명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의 무대에 섰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은 6차례 초청받았지만 일본인은 아베 총리가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2차 대전 이후 일본의 행보를 상기하면서 “우리는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의 마음을 새기고 전후 복구에 나섰다”며 “우리의 행위가 아시아 국가의 국민에게 고통을 줬고 우리는 (사실로부터)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역대 총리들에 의해 표현된 입장을 계승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담은 무라야마 ·고이즈미 담화를 지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역대 총리’라고만 언급했기 때문에 그것이 무라야마 담화 등을 지칭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아베는 연설에서 과거형을 쓰거나 ‘침략전쟁’ 대신 ‘우리의 행동’이라고 표현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사과’라는 단어는 끝내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일본은 1980년대부터 한국, 대만, 아세안 국가들이 발전하고 이후 중국이 발전할 때 헌신적으로 자본과 기술을 투자해 그들의 성장을 도왔다”고 강조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미 의회 합동연설에서 진주만 기습 등 일본의 제국주의 과거를 거론하면서 희생된 미국인에 대한 깊은 반성과 애도를 표명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워싱턴 D·C 내셔널몰 내 2차 세계대전 기념물 ‘자유의 벽’을 방문했다면서 “나는 이들 젊은 미국인들의 잃어버린 꿈과 미래를 생각했다”며 “일본과 일본 국민을 대신해 2차 세계대전에서 숨진 모든 미국인의 영혼에 깊은 경의와 함께 영원한 애도를 보내며 가슴속에 깊은 회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미일 동맹을 강조했다. 특히 자신의 외조부이자 태평양전쟁 A급 전범 용의자였던 기시 노부스케를 언급하며 “돌이켜보면 일본이 과거 옳은 결정을 한 것이 항상 나를 기쁘게 한다”며 “모두에 할아버지를 예로 들었지만 그 결정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서방세계의 일원으로서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새로운 미일 방위 협력 지침(가이드 라인) 서명으로 미일 동맹이 새로운 단계로 격상됐다며 일본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및 세계 평화와 안정에 더욱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강한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TPP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넘어 안보에 관한 협정”며 “장기적으로 TPP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미국 의원들은 아베 총리 연설을 비판하기도 했다. 엘리엇 엥겔(뉴욕) 하원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아베 총리가 이전 총리들의 입장을 승계한다고 했지만 위안부 문제, 특히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본회의장 갤러리에서 연설을 지켜보는데도 직접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07년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한 마이크 혼다(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아베 총리가 연설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받은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전 총리들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위안부나 성노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하버드대학 강연에서도 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이 문제를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다”는 등 어떠한 사과나 사죄의 표현이 없어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난을 받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