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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마치 ‘아리랑’ 장단 같다. 굽이굽이 흘러간 70년 세상살이의 굴곡진 여정이 무대 위로 옮겨진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공연계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조명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포문은 이달에 뮤지컬 ‘로기수’가 연다. ‘영웅’도 지난달 중국 하얼빈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4월 국내 뮤지컬 무대에 합류한다. 올해 최대 기대작은 조정래의 12권 대하소설을 집약한 뮤지컬 ‘아리랑’. 고선웅 연출 등 대표 제작자가 나서 7월에 초연한다. 연극 ‘이영녀’와 ‘토막’, 창작오페라 ‘주몽’도 올해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관객과 만난다.
◇“영웅 없이 광복 없다”
실패와 좌절의 반복 속에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세기의 영웅은 시대마다 꼭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우리의 영웅들도 재조명 중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창작오페라 ‘주몽’(6월 6~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무대에 올린다. 2002년 초연한 주몽은 고구려의 건국 신화와 주몽 설화를 바탕으로 작곡한 그랜드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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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탕.” 일곱 발의 총성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담은 뮤지컬 ‘영웅’(4월 14일~5월 31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이 변함없이 국내 관객을 찾는다. 한국인의 피를 끓게 하는 단골 레퍼토리다. 내달 재공연에서는 정성화, 강태을과 함께 민영기가 안중근 역을 번갈아 맡는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1841~1909)를 저격하고 1910년 3월 사형이 집행될 때까지 안중근의 모습을 그렸다. 영웅 이면에 가려진 ‘인간’ 안중근도 엿볼 수 있다.
◇역사에 민초 희생이 없을 수 있나
국립극단은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사회상을 비판적으로 그린 유치진의 희곡 ‘토막’과 김우진의 희곡 ‘이영녀’를 무대로 옮겨 광복 70주년을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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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엔 연극 ‘토막’(10월 22일~11월 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이 오른다. 유치진의 처녀작을 김철리 연출가가 무대에 올린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농민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빈궁과 억압, 착취를 인류 보편의 시련으로 상정해 극을 자유롭게 한 것이 특징이다.
뮤지컬 ‘로기수’(12일~5월 31일 DCF대명문화공장 1관)도 초연한다. 1952년 거제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탭댄스에 빠진 북한군 포로소년 로기수의 이야기를 통해 광복 이후 찾아온 남북 분단의 아픔과 그 속에서 자라나는 인간의 희망을 조명한다.
◇“아픈 과거도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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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없이 다음 달까지 배우 캐스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제작사인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현재 음악을 만들며 대본 수정작업에 있다. 내달 워크숍을 가질 예정이다. 곧 공개하겠다”고 귀띔했다.
아리랑은 대당 18억원에 이르는 자동 무대전환 시스템으로 역동적인 무대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연출 고선웅, 작곡 김대성, 음악감독 박칼린, 무대연출 박동우 등 내로라하는 제작진이 의기투합했다. 조정래 작가 특유의 진솔하고 질펀한 언어로 쉽게 접근할 계획. 고 연출은 “총 12권으로 이뤄진 방대한 원작의 이야기를 다 담을 수는 없다. 한 가족의 이야기로 압축시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연극 ‘꽃잎’도 연내 공연을 목표로 제작 준비에 들어갔다. 하남문화재단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위안부 여성의 꿈과 삶을 아프게 조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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