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연말정산 대란이 점입가경이다. 섬세하지 못한 세법 설계와 불충분한 설명으로 직장인들의 분노를 사더니 결국 연말정산 5월 소급적용 추진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솔직하지 못한 정부와 표만 의식한 국회의 합작품이다.
이번 파동의 근본적인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에 있다. 무상복지를 위한 재원은 부족한데 증세를 안 하겠다고 선언했으니 꼼수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세법을 개정하면서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을 하지 않는 대신 세액공제 전환을 택했다. 그러면서 연봉 5500만원 이하 소득자는 세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직장인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또 다시 꼼수가 나왔다. 세법 개정과 이에 따른 연말정산 소급환급이다. 4월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을 의식한 땜질 처방이다.
꼼수가 낳은 꼼수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당장 세수 부족 현상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국세수입 규모는 205조 4000억원으로 목표치 대비 11조 1000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잠정 추정됐다. 2012년 2조 8000억원, 2013년 8조 5000억원에 이어 갈수록 늘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도 세수가 3조원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4년 연속 ‘세수 펑크’다.
반면 복지예산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전체 예산의 30%를 넘어섰다. 지난 5년 동안 전체 예산 가운데 꾸준히 증가한 항목은 복지 분야가 유일하다. 세금을 늘리지 않고 복지만 늘리다보니 국가재정은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제 실시, 영·유아 무상보육 등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충당하려면 증세는 불가피하다. 세액공제 전환이나 담뱃값 인상과 같은 꼼수로는 한계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하루빨리 시인하고 국민을 상대로 증세의 불가피성을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3년 후면 끝나지만 국가 재정 파탄의 후유증은 다음 정권까지 이어진다.
국민도 국가 경제와 사회를 위해 고통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복지를 요구하면서 세금은 더 내지 않겠다는 심보는 옳지 않다. ‘증세 없는 복지’에 따른 재원 부족은 결국 국채 발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