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전 버스정류장 앞 매표소나 후미진 구멍가게 등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낱개담배가 부활했다. 과거와 다른 게 있다면 예전엔 돈이 궁한 사람들이 주로 구입했다면 최근엔 금연을 결심하거나 담배를 줄이려는 사람들이 낱개담배를 찾는다는 점이다.
종각역 근처 한 가로매점 주인은 “여기저기 금연, 금연하니 담배 한 갑을 통째로 사기보다 한 개비씩 사는 것 같다”며 “낱개담배를 파는 곳도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서울 종묘공원부터 보신각까지 약 1km 거리에는 가로매점 20여개 중 절반 가량이 낱개담배를 팔고 있었다. 껌이나 사탕 옆에 나란히 놓고 파는 곳도 있고, 손님이 달라고 할 때만 조용히 건네주는 가로매점도 있었다.
16일 음식점·호프집·커피숍 등 일정규모 이상의 공간에서 흡연이 금지되는 등 사회적으로 금연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담배를 둘러싼 신풍속이 나타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중심가에선 낱개담배를 판매하는 곳이 늘고, 식당가도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직장에서도 흡연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치열하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A빌딩 3층의 부대찌개집. 장맛비가 쏟아져 손님이 뜸한 가운데 직장인 서너명이 가게 안을 기웃거리다 금연 표지를 보고는 되돌아갔다. 이 식당은 150㎡(약 45평) 이상이라 흡연이 금지된 곳이다. 식당 주인은 “불경기인데 금연까지 하라고 하니 매출이 줄어 큰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술 한두 잔 하다 보면 담배 한대만 피우겠다고 사정하는 단골손님들이 있는데 이를 말리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라고 푸념했다.
비슷한 시각 여의도 B아파트 부근 삼겹살집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50여 명이면 꽉 찰 것 같은 이 식당은 금연 단속대상이 아니다. 이 식당 주인은 “여름이라 손님이 줄었지만 예년수준의 매상은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