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는 전문경영인이 아니므로 한계가 있다. 엔지니어로서 경영하니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경영자로 의식 전환을 하려 노력했다. 그랬더니 회사가 다시 쑥쑥 성장하기 시작했다”
섬유공학 관련 엔지니어로 출발해 4개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이영규 웰크론한텍 대표이사(54세)의 말이다. 한 애널리스트가 눈여겨 볼만한 회사라고 추천해 웰크론한텍 CEO를 만나게 됐다. 그는 웰크론한텍 말고도 다른 계열사인 웰크론, 웰크론강원, 웰크론헬스케어 등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기업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사세를 키웠고, 경영은 남에게 맡길 법도 하지만 모두 직접 지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인수한 지 얼마 안 된 탓도 있고, 성격상 직접 다 챙겨야 한다”며 “추가로 한 두 곳 더 인수할 계획이라 회사가 좀 더 안정되면 각 회사에 전문 CEO도 두려 한다”고 말했다.
웰크론 창립 이후 3개 회사를 인수했지만, 아직은 더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요즘 경기가 어렵다 보니 좋은 회사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내년까지 에너지나 바이오, 물, 환경, 건강 등 관련 회사 한두 곳을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르는 분야는 인수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는 “극세사 제품을 만들던 웰크론이 해수 관련 필터를 만들면서 관련 산업을 알게 됐다”며 “이에 웰크론한텍을 인수했고, 앞으로도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만 M&A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생 경영인의 모습인 듯한 그지만, 처음부터 모든 일이 술술 풀렸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효성 등 섬유 관련 기업에서 일했다. 그러면서 창업의 꿈을 키웠고, 집을 담보로 2000만원을 빌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인 섬유를 만드는 회사를 세웠다. 그것이 바로 웰크론이다. 그리고 웰크론한텍과 강원, 헬스케어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키웠다. 그런데 일정 수준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꼈다. 그게 엔지니어로서의 한계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 대표는 “엔지니어의 눈으로 회사를 보니 밑지는 장사를 못하겠더라. 그렇지만 경영자는 다르다. 밑지더라도 긴 안목에서 물건을 팔게 됐다. 이런 마인드 전환이 필요한 순간이 왔고, 노력했다.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로서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식품제약설비와 에너지 절감설비를 만들고 있는 웰크론한텍의 최근 수주들이 이런 결실이라는 것. 한 음료업체로부터 생산설비 전체를 수주하기까지는 그만큼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배경도 없는 웰크론한텍을 어떤 이유로 선택하게 되겠는가. 처음에는 거의 마진없이 공사를 해주기도 했다. 일단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사후관리도 철저히 하며 신뢰를 쌓았다. 그러다 보니 남양유업, LG생활건강, 롯데칠성음료, 광동제약, 샘표, 동서식품 등 유수의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게 됐다.
4개 회사 중 현재 웰크론헬스케어만 비상장사다. 웰크론헬스케어는 한방 위생용품 제조업체인 ‘예지미인’을 인수해 이름을 바꾼 회사다. 웰크론헬스케어도 3년 내 기업공개(IPO)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상장을 해야 기업이 대외적으로 투명해지고 직원들의 자부심도 커진다“며 ”웰크론헬스케어는 베트남에 진출하고, 화장품 사업도 시작하면서, 상장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