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서영지 기자] 대한항공(003490) 측은 31일 회사의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해외 전문업체의 정확한 실사를 진행한 후 가격 조건이 맞을 때에만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수가격이 적정해야 KAI를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KAI는 매각 대상 지분 41.7%가 1조1000억원, 경영권 프리미엄이 3000억원으로 인수에 총 1조4000억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KAI 인수의지를 나타내면서도 “국제 기준보다 너무 고평가 돼 있다”고 말해왔다.
대한항공은 입장 자료에서 “KAI는 투명한 과정을 통해 국제적 기준에 맞는 적정가가 산출돼야 한다”며 “믿을 수 있는 기관이 KAI를 평가한 가격으로 인수를 추진하고, 불가 시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두 회사의 업종이 비슷하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적정 가격 이상을 지불하면서까지 인수할 의향은 없다는 설명이다.
KAI 노조의 ‘인수 후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대한항공은 “KAI를 인수하려는 것은 항공기 제작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나 기능인력에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항공기 제조 관련 인력은 현재 대한항공에서 모자라기 때문에 KAI를 인수하더라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확언했다.
이어 “특히 한진그룹은 과거 인수합병(M&A)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M&A 후 구조조정을 단행한 사례가 없다”며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며, 사천시 지역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근거 없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했다.
인수 금액과 투자 금액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그간 인수반대를 의사를 밝혀온 측에서는 대한항공이 현재 산업은행과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한 점과 부채가 800%를 웃도는 점을 근거로 동반 부실화를 우려했다.
대한항공은 “KAI도 살리고 국익에도 도움이 되려면 해외 유수 업체로부터 외자를 유치해야 한다”며 “해외 업체들이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하면 공동 투자하겠다고 약속해 인수 자금과 인수 후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여력은 넉넉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해외 업체와 공동 투자하면 유치 물량이 늘어나고 공동 마케팅으로 항공기 제작 사업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800%를 웃도는 부채비율에 대해서는 “지난해 17대 등 지속적인 신규 항공기 도입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졌다”면서 “항공기 자산은 유동화가 높은 특성이 있기 때문에 타 산업의 부채비율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은 KAI 예비입찰제안서 마감일로 제안서 제출 기업이 대한항공뿐이면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1차 매각은 유찰된다. 정책금융공사는 2차 매각까지 복수 지원자가 없어 유찰할 경우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 관련기사 ◀
☞태풍 '볼라벤'으로 항공기 결항·지연 운항 속출
☞[주간추천주]하나대투증권
☞[주간추천주]동양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