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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産 회를 서울에서 먹을 수 없게 됐다고?"

노컷뉴스 기자I 2012.04.28 17:12:17

6월부터 ''제주-수도권''간 우체국 당일특급배송 중단 예정

[노컷뉴스 제공] 서울 성동구에 사는 38살 권창원 씨는 집에 손님을 초대할 일이 생기면 따로 음식을 준비하지 않는다. 대신 제주의 한 횟집에 전화 한통으로 주문을 해 그날 당일 잡은 신선한 회를 공급받는다.

갓 뜬 회에다가 싱싱한 해산물, 여기다 매운탕 재료까지 한꺼번에 오는데다 택배비도 횟집에서 대신 내주기 때문에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이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항공편 우체국 당일특급 배송 서비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항공사측에서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오는 6월부터 제주도와 수도권 사이 항공편 우체국 당일특급 배송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제주에서 당일 잡은 회를 서울에서 배달시켜 먹는 일은 이제 불가능하게 됐다.

제주 상인과 물류업자들도 신선식품이나 긴급화물 배송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활어회 등을 취급하는 제주 J음식점 홈페이지에는 "당일특급배송 중지 안내,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택배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배송을 중지한다"란 글이 올라왔다.

이 업체 사장인 김영우씨는 "제주도 특산품들이 대부분 신선도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면서 "그동안 신선한 제주산 회를 서울에서 당일날 받아 드실 수 있도록 해 왔는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제주도에서 물류사업을 하는 한정호씨도 "주로 영세농민들이 많이 생산하는 쪽파나 유채 등은 선박으로 배송할 경우 신선도에 큰 문제가 생긴다"며 "제주도 전체의 문제를 도에서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상인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항공 당일특급배송이 중단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정청 관계자는 "제주도-수도권을 오가며 화물을 실어나르던 대형 항공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사실상 유일하게 대형 항공편을 운영하는 대한항공이 오는 7월까지 대형항공기 7대를 모두 소형항공기로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불가피하게 우체국 택배도 이용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지금도 하루 평균 2000개의 소포(당일특급은 800여개)가 오가는데, 소형항공기로 바뀌면 1/10인 200여개밖에 오갈 수 없어 사실상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체국에는 배송 중지 소식을 들은 사람들의 항의성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가가 많이 오른데다 저가항공사들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항공화물의 비중이 얼마 되지 않아 해상수송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농어민의 생활기반이 달린 일인만큼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제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영우 씨는 "영세상인들의 생업도 문제지만, 이러다간 제주도에 항공화물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심각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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