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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사장 "사업분할로 획기적 성과 자신"

전설리 기자I 2010.06.20 10:00:00

"석유는 글로벌 파트너십, 화학은 페루 진출 추진, 지주사는 신사업 창출 인큐베이터로"
"SK루브리컨츠 8천억 亞합작사 설립 계획..그린콜, 남아공 사솔과 파트너십 추진"
"전기차배터리, 미국·유럽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 접촉중"
SK에너지 기술원 간담회서 밝혀

[대전=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브라질 축구선수 펠레가 왜 역사적으로 유명한 줄 아십니까. 개인기 때문에? 그보다 뛰어난 개인기를 가진 선수들은 많았습니다. 그가 세계 축구사에 독보적인 이름을 남긴 이유는 경기장을 뛰는 22명 선수들의 움직임을 한 눈에 꿰뚫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어디에 패스해야 할지 경기의 흐름을 앞서 보면서 공간과 시간을 창조하는 `창조적인 플레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기업 경영도 축구와 마찬가지입니다. 경쟁사의 움직임은 물론 시장의 동향을 정확히 읽어내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창조적인 경영만이 살 길입니다"

▲ 구자영 SK에너지 사장
구자영 SK에너지(096770) 사장은 18일 대전시 유성구 소재 SK에너지 기술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경영 전략을 축구에 비유하며 "사업, 기술, 조직 문화에서 혁신하는 창조적인 플레이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동 산유국들이 직접 정유화학 공장을 짓기 시작하고, 글로벌 친환경 정책이 대두되면서 에너지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며 급변하는 경영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한 전략으로 `혁신`을 꼽았다.
 
열흘간 페루와 에콰도르 출장을 마치고 새벽에 서울에 도착했다는 구 사장은 피곤할 법한데도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내내 목소리에서 힘이 넘쳐났다.
 
실제로 SK에너지는 최근 사업면에서 대변혁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와 화학 사업부의 분할이 그것.
 
구 사장은 "분할은 갑자기 추진된 것이 아니라 지난 2007년 SK(주)로부터의 분할로 역사가 시작돼 CIC(회사 내 회사) 체제라는 `실험`과 SK루브리컨츠의 분사라는 `실증` 등 충분한 검증 단계를 거쳐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SK루브리컨츠가 몇 개월만에 이뤄낸 놀라운 성장을 봤을 때 분할 이후 획기적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분할 이후 석유 사업부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화학 사업부는 기존 정제에 의존하는 경향에서 탈피,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화학 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화학 사업의 경우 방금 출장에서 돌아온 페루 등 남미 진출을 검토중이라고 구 사장은 밝혔다. 국유화 경향이 강해 다른 나라에는 기회를 주지 않는 중동 시장보다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는 남미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석유와 화학을 떼어내고 자원개발과 기술원(연구조직)만으로 존속하게 되는 지주사는 신사업 창출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구 사장은 말했다.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관련해서는 "하이브리드차 배터리에서는 후발주자이지만 순수전기차 배터리에서는 후발주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미 제일 먼저 생산라인을 구축했고,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전기차 배터리 뿐만 아니라 리튬이온 배터리용 분리막(LiBS) 사업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편광필름(TAC·Tri-acetyl Cellulose), 연성회로원판(FCCL·Flexible Copper Clad Laminate) 등 정보전자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 및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그린폴(Green Pol), 그린콜(Green Coal), 바이오 부탄올 등에 대한 연구 성과가 조만간 가시화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그린콜의 경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솔(남아공석탄석유가스공사)과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두 달 전 남아공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음 구자영 SK에너지 사장과의 일문일답.

-에너지업계가 급변하고 있다. 특히 중동이 직접 정유화학 사업에 나서면서 업계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데.
▲SK에너지는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그러나 지금 영업이익이 정체 상태에 왔다. 이 한계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전략 과제다. 특히 중동 플레이어들이 직접 석유와 화학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국내 정유화학사들의 전통적인 수출 시장인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도 자체적으로 정유 공장을 짓고 있다. 그들이 잉여분을 수출하기 시작하면 그 임펙트가 점차 세질 것이다.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급물살에 휩쓸려 현상도 지키기 힘들다. 개선 수준으로는 안된다. 퀀텀 점프를 위한 과감하고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각 사업부 분할의 추진 배경은.
▲지금 SK에너지는 너무 큰 공룡이다. 전체적인 틀 속에서 안주하면서 관료화되고 경직화되기 쉽다. 이를 과감하게 탈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다. 때문에 자원과 시장을 가진 파트너와 협력하기 위해 독자경영 체제로 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파트너를 찾으면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도 따라오게 마련이다. 이를 통해 보다 신속한 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분할은 갑작스럽게 추진한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2007년 7월 SK(주)로부터 분할하면서 시작됐다. 2008년 1월 CIC 체제를 도입하면서 `과연 효율적인가` 실험해봤고, 지난해 10월 SK루브리컨츠를 분할하면서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말하자면 SK루브리컨츠의 분할이 파일럿 플랜트(시범 공장)이었던 셈이다.

SK루브리컨츠 분할 이후 몇 개월만에 놀라운 성과가 있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고, 수주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현재 물량이 부족해서 3년간 공급할 물량이 없는 상황이다. 스페인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렙솔에 이어 아시아에서도 8000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는데 아직 파트너사를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는 기술력을, 파트너사는 자금을 대기로 했다. 사실 (이미 발표한) 유럽보다 아시아에서의 합작사 진척이 더 빠르다. 이미 핵심설비 주문에 들어간 상태다.

또한 분할해보니 조직원들이 달라졌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소명의식과 목표 달성의지가 강해졌다. 석유와 화학 사업도 그렇게 될 수 있다. 기업 가치를 획기적으로 키울 것이다.
 
-일각에서는 회사 분할에 따른 가치 훼손 이야기도 나오는데.
▲분할된다고 해도 회사 가치는 그대로다. 100%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CIC를 통해 독립적으로 원활하게 운영해왔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다고 보면 된다. 분할의 목적은 가치 상승이다. 그 가치가 모회사(중간지주사)로 들어오면서 모회사 가치도 상승할 것이다. 사실 주주들보다 우리가 더 불안했다. 그래서 SK루브리컨츠를 분할해봤다.

-모회사(중간지주회사)의 역할은.
▲모회사는 자원개발과 기술원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지속적으로 창출해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모회사에 있어 자회사 관리는 부수적인 업무다. 전기차 배터리, 그린콜과 같은 신사업 창출이 주업무다.

-분할된 석유와 화학 사업의 성장 전략은.
▲석유는 일단 기존 정제, 마케팅 뿐만 아니라 트레이딩 부문을 강화해 자체 경쟁력을 높인 뒤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어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SK에너지만 글로벌 파트너가 없지 않나. (단기적으로는) 분할 이후 경비를 30% 가량 절감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학은 정제에 의존하는 경향에서 탈피해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화학 제품으로 차별화할 계획이다. 기술원에서 15년간 개발한 기술들이 있다. 중국 이외에 페루 등 남미 석유화학사업 진출도 검토하겠다. 중동은 국유화 경향이 강해 다른 나라에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반면 남미 산유국으로 가면 아직 기회가 있다. 이를 위해 남미 여러 국가 장관 등을 수 차례 만나는 등 공을 많이 들여왔다.

-자원개발 사업 성장 전략은.
▲최근 자원개발 사업이 상당히 성장했다. 지난해초 2만4000배럴이었던 일평균 생산량이 현재 7만1000배럴로 확대됐다. 앞으로 탐사, 개발, 생산 전 과정에 대한 운영권(Operatorship)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자원개발 사업은 인력의 숫자보다는 유능한 인재 확보가 관건이다. 글로벌 기업인 엑손모빌의 경우 본사 인력이 5명이다. 유능한 인재 확보에 주력할 것이다.

-분할에 앞서 5000억~1조원의 자산유동화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독립하는 회사들의 재무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비핵심 자산이나 유틸리티를 매각하기로 했다. 분사되기 전에 매각해서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생각이다. 최근 청기와 주유소, 현대EP 지분 매각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자산을 얼마나 팔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최근 가동률이 떨어져 애물단지로 전락한 인천정유 매각설도 흘러나오고 있는데.
▲인천정유는 아직 애물단지로 규정하기 어렵다. 보물단지로 만들기 위한 전략 세워두고 있다. 5가지 옵션을 검토중인데 글로벌 파트너십 추진도 그 중 한 가지 방안이다. (옵션이 실행되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SK네트웍스에 석탄과 중고차 사업을 넘기는 것 비핵심자산 매각의 일환으로 검토중인가.
▲매각 고려중인 비핵심자산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전기차 배터리 후발주자라는 시각도 있는데.
▲하이브리드차 배터리는 국내 경쟁사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 그러나 후발주자의 잇점이 있다. 어느덧 하이브리드차보다 순수전기차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고, 순수전기차에서는 SK에너지가 후발주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술원에 구축된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은 가장 앞서가는 신속한 생산라인이다. `언제 쫓아갈거냐` 하는 질문이 안나오게 할 자신이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등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업체들과도 접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생산라인이 없어 마케팅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생산라인이 지어졌으니 수월할 것이다.

-신사업 연구성과가 있지만 수익으로 이어지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편광필름, 연성회로원판, 그린폴, 그린콜, 바이오부탄올 모두 5년안에 상업화 된다. 이미 열매를 딸 수 있는 사업들이다. 특히 그린콜의 경우 향후 우리나라가 에너지 독립국이 되는데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에너지 자립을 위해 국책 사업으로 추진했던 사업이기도 하다.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솔(남아공석탄석유가스공사)과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두 달 전 남아공을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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