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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도 못했고 연금도 못받는 ''베이비붐 세대의 운명''

조선일보 기자I 2007.01.16 08:34:39

일자리 놓는 순간 ‘사회의 짐’ 전락
산업주력군 베이비붐 세대의 퇴장<中>
46.1%가 “저축 못한다” 일본보다 노후대비 취약
건강보험·국민연금 등 복지재정 파탄 가능성

[조선일보 제공] 베이비 붐 세대(1955년생~1963년생·52~44세)들이 일터에서 본격 퇴장하는 상황을 맞으면서 이들이 사회 불안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가 저축이나 투자 등 노후준비를 거의 못한데다, 조기 퇴직 바람으로 60세부터 지급되는 연금 등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대혼란이 야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본지와 피델리티자산운용회사가 최근 한국·일본간의 노후 대비책을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의 노후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저축 안 함’이 21.4%이지만, 우리는 무려 46.1%나 된다. 사교육비 등으로 저축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투자 분야도 일본은 주식(38.3%)과 채권(19.2%)이고, 부동산은 고작 3%다. 하지만 우리는 부동산(41.9%)과 주식(40.8%)이 대부분이다.

생활자금 지출도 일본은 의료비용(41.5%)을 꼽은 반면, 우리는 자녀보조(30.8%) 의료비용(25.4%) 순으로 지적했다. 자녀의 교육비는 물론 결혼비용까지 챙겨주는 우리의 풍토가 노후 생활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인 셈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취약한 자신들의 재무구조를 미리 개선하지 않으면 노후를 어렵게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문제는 우선 연금·건강보험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험료를) 낼 사람보다 혜택을 받을 사람이 많아져 국가 복지 재정이 파탄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벌써 국민연금은 노인 증가에 따라 적신호가 켜진 상태이다. 연금 수령자가 현재는 190만명이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직장에서 완전 퇴장한 2020년에는 397만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다. 국민연금은 2037년에 적자가 발생하고, 2047년에는 기금이 고갈된다는 것이 정부의 예측이다. 현재의 연금제도를 유지하려면 보험료를 국민들이 월 소득의 30%까지 내야 한다는 계산이다.

현재 지출이 20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노인들은 젊은이보다 의료비를 4배나 더 쓰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지출은 2010년 27조원, 2020년 56조원, 2030년 106조원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KDI 보고서). 따라서 2020년에는 건강보험료를 현재보다 3배 이상 올리지 않으면 건강보험 재정 파탄이 우려된다.

또 베이비붐 세대가 퇴장한 뒤 일해야 할 현재의 20대는 저출산 세대여서 향후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는 심각한 상황을 야기하게 된다. 당장 2020년에는 산업현장을 누빌 25~49세 인구가 지금(2066만명)보다 무려 258만2000명이나 줄어든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481만명에서 681만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처럼 젊은이들의 부족은 산업 공동화(空洞化)현상을 빚고, 잠재 경제성장률마저 현재 5%에서 3%대로 떨어뜨린다(KDI 보고서).

이정우 인제대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는 경제 발전시대에는 성장을 위한 보너스(Bonus)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짐(Onus)이 되어 버렸다”며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전에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세대간의 갈등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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