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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애처로운 굶주림의 굴레도 이제는 옛말이 되고 있다. 무작정 참는 고행 끝에 돌아오는 것은 결국 폭식과 요요라는 뼈아픈 부도 수표뿐임을 뼈저리게 학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연한 봄기운이 번지는 3월 말, 옷차림이 얇아지는 시기임에도 요즘 2030 세대는 더 이상 무식하게 굶으며 하품만 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단식과 원푸드 다이어트를 억지로 견디는 대신, 자본과 식품업계의 기술력을 빌려 맛있고 배부르게 체중을 관리하는 영리한 셈법으로 돌아섰다. 스마트폰 쇼핑 앱 결제 내역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퍽퍽함을 지워낸 하림의 촉촉한 닭가슴살 소시지부터 대상 청정원의 칼로리를 쏙 뺀 저당 고추장과 알룰로스 시럽까지. 올봄의 장바구니는 굶지 않고 지속 가능한 식단 관리에 돌입하겠다는 적극적인 투자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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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맛의 핵심을 결정짓는 소스 시장의 지표 변화가 극적이다. 이마트의 지난해 저당·저칼로리 마요네즈와 케첩 매출은 각각 48%, 40%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전체 저당·저칼로리 소스 제품 매출 역시 약 두 배나 뛰었다. 롯데마트에서도 저당 소스 매출은 2023년 무려 1429.4% 폭증한 데 이어 2024년 29.4%, 2025년 123.3% 늘어나며 기하급수적인 몸집 불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2030 세대에게 다이어트는 더 이상 단기간에 수분을 빼내고 끝내는 고통스러운 프로젝트가 아니다. 하루 세끼 먹는 즐거움을 억지로 통제하기보다, 당류와 칼로리를 영리하게 덜어낸 제품으로 대체함으로써 먹는 행복과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가치 소비다. 일반 소스나 간식보다 저당, 고단백 제품의 가격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무작정 굶다가 식욕이 터져 수만원짜리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이다. 극단적 절식이라는 상장폐지 위기를 피하고, 꾸준한 우상향(?)을 막기 위한 든든한 일상 속 안전 자산 확보인 셈이다.
현대인의 다이어트는 멀리서 보면 헬시플레저라는 힙한 트렌드지만, 가까이서 보면 속세의 맛을 흉내 낸 대체재들로 버티는 눈물겨운 미각 속이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일 아침 얇아진 봄옷 핏을 마주하려면 오늘 밤 어떻게든 입을 틀어막고 내 혀를 장렬하게 속여 넘겨야만 한다. 맵고 짠 속세의 맛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면, 최후의 보루로 내 식탁 위에 최고급 저당 고추장이라도 든든하게 짜두는 수밖에 없다. 오늘 밤도 혈당 스파이크와 대체 감미료 사이에서 치열한 줄타기를 하며 곤약면을 후루룩 빨아들일 모든 직장인들의 성공적인 미각 속이기를 열렬히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