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재선출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바로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다고 판단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가장 괜찮은 경제가 미국인데 미국 안에서의 생각은 다르다. 대부분의 국민이 현재의 삶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나아진 것이 없고 생활의 질은 나빠졌다고 느낀다. 경제적 곤궁에 대한 불만은 높아지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가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다. 이전에 보여주었던 그 지도자(트럼프 행정부 1기)는 먹을 것이 귀해진 초원에서 더 많이 뺏어올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그런데 미국과 같은 경제 강국들이 뺏어간다면 글로벌 시장의 파이는 더 작아지고 우리가 가져갈 몫도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해외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한국 경제는 필연적으로 저성장의 굴레에 빠진다. 실제 IMF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03~2008년 연평균 4.5%로 세계 경제성장률 수준과 동일했으나 지금부터 향후 2029년까지 성장률은 연평균 2.2%로 세계 성장률 3.3%보다 1%p나 아래에 있다. 더구나 이는 미국의 향후 성장률 전망치인 2.3%에도 미치지 못한다. 1인당 국민소득 8만 달러대인 미국보다 3만 달러대에 불과한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더 낮다. 그리고 2.0%를 간신히 넘긴 경제성장률은 약간의 충격만 있어도 1%대로 내려앉는다. 2000년 이후 한국 경제성장률이 2% 미만을 기록했던 해는 2009년(금융 위기), 2020년(팬데믹 위기), 2023년 세 번뿐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1%대 나아가 0%대 성장률도 심심치 않게 볼 것 같다.
이렇듯 한국 경제가 당장 숨넘어갈 상황이기에 교육 시스템이 문제고 경제의 건전성이 중요하고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사회 양극화를 막아야 한다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대학교 강단에서 학생들에게나 해줄 수 있는 공자님 말씀인 것도 사실이다. 산소호흡기를 바로 달아야 하는 환자에게 ‘운동을 열심히 하면 병이 나을 겁니다’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보다 훨씬 더 잘사는 미국 사회도 다가올 격랑에서 생존하기 위해 준비하는데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 경제는 안녕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