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들이 경찰의 내년 예산을 삭감하겠다며 위세 과시에 나섰다. 지난 9일 노동계 주최의 서울 도심 집회에서 벌어진 경찰의 ‘과잉 진압’ 사태에 대해 책임을 물어 특활비·특경비와 경비국 예산에 손을 대겠다는 뜻이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안위에 경찰청 예산안이 정식 상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리부터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이 공수처와 대법원 예산은 늘려주면서 검찰·법무부 예산은 삭감한 처사와 맞물려 공권력 발목잡기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의 집회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것은 경찰이 과잉 대응한 탓이 아니다. 시위대가 세종대로의 미리 허가된 차선을 넘어 양방향 도로 전부를 점거하려 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결국 힘으로 밀어붙인 끝에 경찰 펜스를 무너뜨리고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은 경찰관만 해도 100명이 넘는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경찰이 일부러 충돌을 유발해 참가자를 연행했다며 불법행위를 한 노동계 대신 경찰을 비난하는 애먼 소리를 하고 있다. 결국 이에 대한 조지호 경찰청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면서 예산 삭감 카드까지 꺼내든 것이다.
이날이 주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찰이 집회 주최측에 왕복 9차로인 해당 도로에서 5차로를 허가한 것만도 어려운 결정이었다. 극심한 교통 혼잡이 뻔했기 때문이다. 주말 도심 집회나 시위가 있을 때마다 모처럼 여가를 즐기려고 시내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이 극심한 교통 대란에 엄청난 불편을 겪어야 했던 것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따라서 경찰로서는 도심질서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법집행에 나선 것뿐이다.
경찰에 대해 격려해 주지는 못할망정 예산까지 깎겠다고 나선 것은 다른 속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은 요즘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혐의 선고에 대해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사법부를 향해 여러 압력 수단을 구사하고 있는 데서도 그런 배경이 읽혀진다. 법원에 대해서는 선심성으로 예산을 늘려준 반면 검찰·경찰 예산은 깎겠다는 것은 너무 방법이 졸렬하다. 이 대표 한 명을 지키겠다고 공권력에 딴지거는 행태를 즉각 멈추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