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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2조 910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빅컷이 나타나기도 전인 한 달 전(8월 27일, 53조 7294억원)보다 오히려 감소한 수준이다. 6월 말까지만 해도 56조원대를 기록한 예탁금은 서서히 빠지기 시작해 지난 20일에는 50조 8929억원 수준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놓은 예수금으로 가장 기본적인 증시 주변자금으로 꼽힌다.
MMF 역시 184조 5854억원으로 한 달 전(199조 4722억원)보다 약 15조원 줄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역시 86조 6895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 1820억원 감소했다. MMF와 CMA 역시 증시주변자금으로 분류된다.
보통 금리 인하 시기에는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예금보다는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치며 아시아 증시가 급등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금리 인하기, 증시가 급등하는 모습이 국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9월 중국 상하이지수는 17.39% 상승했고, 홍콩H지수는 18.62% 상승했다. 유로스톡스는 2.21% 상승했으며 미국 S&P도 1.59% 올랐다. 반면 9월 코스피는 3.03% 하락했다.
금리 인하 시기에도 증시에 불이 붙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꼽힌다. 현재 국회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에 금투세를 시행할지, 유예할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한편에서는 내년 1월에 금투세가 시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투자자들이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가운데, 세금을 물린다 하면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증시에 대한 기대감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민주당은 오는 4일 의원총회에서 관련 당론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주’ 삼성전자의 약세…“반도체 우려 정점” 목소리도
게다가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영원한 ‘최애’ 삼성전자(005930)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부동의 시가총액 1위 종목이자 소액주주만 425만명에 달하는 ‘국민주’인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주가 추이는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 2700원(4.21%) 내린 6만 1500원에 마감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은 9월 3일부터 ‘팔자’를 이어가며 17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하고 있다. 한 달간 무려 17.23% 내렸다. 같은 반도체 업종에 속한 상장사이자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로 9월 급등락을 거듭한 SK하이닉스(000660)도 17만원대를 회복했지만, 삼성전자를 둘러싼 투자심리는 여전히 싸늘한 상황이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기대했던 핵심고객사(엔비디아)에 대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공급 진입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고 폴더블 스마트폰 역시 부진한 상황”이라며 “3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프앤(Fn)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 전망치는 81조 4495억원, 영업이익 전망치는 11조 2313억원이다.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 중반대에 그칠 것으로 보는 증권사들도 나오고 있다.
다만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서서히 공포가 멈출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마이크론의 양호한 실적, 견조한 반도체 수출데이터가 서서히 실적 우려를 불식시켜줄 가능성이 있다”면서 “반도체 업황의 불안은 정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