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책]곰은 어쩌다 멸종 위기에 직면했나

김현식 기자I 2024.08.21 06:00:00

에이트 베어스
글로리아 디키|436쪽|알레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곰은 몸무게와 신장이 각각 최대 800kg과 2.5m에 달하는 포식동물이다. 그럼에도 곰은 여타 포식동물들과 다르게 오랜 시간 동안 친숙하고 호의적인 부류로 인식되어 왔다. 토착 설화나 신화에서부터 현대의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처음 접한 동물의 형상이 대개 곰이었다. 주로 ‘곰돌이 푸’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묘사되곤 했다.

인류의 집단 기억에서 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고, 한때는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족과 같은 동물로 여겨지던 곰은 이제 멸종 위기라는 현실과 직면해 있다. 기후 변화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 소실, 먹이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오늘날까지 남은 곰은 겨우 8종뿐이다. 갯과 동물이 35종, 고양잇과 동물이 41종, 영장류가 대략 500종인 점을 고려하면 곰종은 그 수가 터무니없이 적다.

‘에이트 베어스’는 곤경에 빠진 곰 8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로이터 통신의 세계 기후·환경 분야 특파원인 저자가 지구 곳곳을 탐험하며 취재에 나섰다. 웅담 채취 농장에 살았던 반달가슴곰과 태양곰, 춤추는 곰으로 살며 학대받은 느림보곰, 해빙 때문에 해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북극곰 등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곰들의 씁쓸한 삶을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는 인간이 곰의 터전을 빼앗아 그들을 구경거리이자 상품으로 전락시킨 점을 비판한다. 더불어 농업 확대를 위한 산림 개간, 지구를 덥히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배출량 증가가 곰의 멸종 시대 도래를 부추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인간과 동물, 주인과 침입자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곰 8종의 장기적 생존 및 그들과의 공존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점을 짚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