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닷새간 삼성전자만 3조원 샀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56조 583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과 견줘 2조 2843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 5일 투자자 예탁금은 59조 4876억원까지 상승하며 지난 4월 1일(59조 6298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금액이나 주식을 팔고 난 뒤 찾지 않은 잔금으로 바로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대표적인 ‘증시 대기자금’이다. 또다른 증시 대기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도 205조 1856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원 이상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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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개인투자자들은 증시가 8.77% 폭락한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5거래일 연속 코스피를 순매수하며 다시 상승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 기간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위는 삼성전자로, 3조 1137억원을 사들였다. 2위는 SK하이닉스(7613억원)로 나타났다. 개인의 순매수 3위와 4위는 지수 상승 폭의 2배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KODEX 레버리지’(6194억원)와 ‘KODEX코스닥150레버리지’(2534억원)이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폭락하면 추격매도하기보다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에도 코스피가 하루에 200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급락세를 보이자 바로 매수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릴 만큼 내렸다고? 안도랠리 아직 일러
증시 폭락에 개미들이 ‘사자’를 이어가는 분위기를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은 신중하게 증시에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와 인공지능(AI)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단기 급락은 일정 수준 회복되겠지만, 미국 대선 전까지 증시가 박스권, 혹은 하락 추세 흐름을 보일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11월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모멘텀이 재확인되는 시점에 상승 추세 복귀를 노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게다가 글로벌 자산시장의 뇌관으로 부각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확대하는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올리자 엔화를 빌려 글로벌 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정리(청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2일 142엔을 찍고 146엔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지만, 다시 엔화 절상(엔화 가치 상승)이 가팔라지면 엔캐리 청산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엔화 절상 강도와 속도가 강하게 진행될 경우, 이번에 청산되지 않았던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유출되면서 글로벌 증시의 하방 압력을 다시 한 번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캐리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