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나 우위인 관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으로,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이를 즉시 조사하고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약 사용자가 피해를 신고하거나 주장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행사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은 상시 근로자를 5명 이상 고용한 사업장에 적용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특수고용·플랫폼·위탁계약·프리랜서 노동자는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아 법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법원은 법의 대상과 유형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의정부지방법원은 골프장에서 캐디로 근무하던 A씨가 직장 내 반복된 모욕과 외모 비하, 질책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그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 역시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월 21일 체불임금 관련 진정을 제기했다가 입주자대표회장의 요구로 직무가 정지된 아파트 안내데스크 직원 B씨의 정신적 고통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B씨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 등 관련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판시했다.
장종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괴롭힘은 법이 정한 범위에서만 일어나지 않고 보호받지 못하는 비근로자에게도 발생한다”며 “법원이 법 적용 대상 근로자뿐 아니라 캐디와 승선근무예비역 등 비근로자에 대한 괴롭힘을 인정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장 노무사는 “이제라도 사각지대를 없애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분석에서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을 때 사용자의 조사·조치의무를 엄격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객관적 조사’에 관해 법원은 피해자를 비롯한 참고인의 진술을 듣거나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않고 가해자의 소명만 듣는 것은 객관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또 회사가 제대로 조치의무를 취하지 않은 것과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준 것은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강은희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며 “피해자 의사를 배제한 행위자에 대한 조치, 형식상의 예방 교육만으로는 회사의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