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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뺨을 스치며 / 나의 마음도 조용히 흔들리고 / 나는 작은 모래성을 쌓고 / 바다의 무한함을 바라본다
문예창작 전공자는 자괴감을 느낍니다. 이 시 한 편을 ‘챗GPT’라는 그 인공지능(AI)인지 뭔지가 1분도 안 돼 지었거든요.
제목은 ‘바다와의 속삭임’이라고 합니다. 저명한 시인이셨던 전공 교수님께선 챗GPT의 이 시에 어떤 학점을 주실까요. 아, 챗GPT를 이용해 시를 지었다는 사실이 적발돼 ‘0’점 처리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저 시가 갑자기 SNS에서 인기를 끌더니 어느 유명 작곡가의 영감을 자극해 노래로 재탄생한 겁니다. 그러더니 매년 여름이면 TV에서, 라디오에서, 노래방에서 울려 퍼지고 각종 음원 차트에서는 1위를 기록합니다. 벚꽃을 주제로 한 노래가 봄마다 울려 퍼져 저작권료를 연금처럼 벌고 있다는 어느 가수의 ‘벚꽃연금’처럼 ‘바다연금’이 탄생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 연금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시를 지은 챗GPT일까요, 아니면 ‘바다’라는 주제를 주고 시를 짓게 한 저일까요.
현행 법으로 보면 AI는 저작권자가 될 수 없습니다. 사람만 저작권자가 될 수 있어서입니다. 사실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법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바다연금은 제 것인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AI는 저작권을 가질 수 없지만, AI가 만든 콘텐츠가 아예 저작권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하거든요.
제가 챗GPT를 도구 삼아 콘텐츠를 만들었으니 제 저작물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제야 저도 모든 직장인의 꿈이라는 ‘돈 많은 백수’의 길로 갈 수 있나 봅니다. 하지만 저작권과 관련한 다른 사례도 있어 이 ‘꿈같은 꿈’은 우선 잠시 넣어두기로 합니다.
유명한 원숭이 셀카 사건이 마음에 걸려서입니다. 2011년 영국의 한 사진작가는 인도네시아 여행 중 카메라를 원숭이에게 빼앗겼습니다. 후에 카메라를 찾고 보니 원숭이가 셔터를 눌러 ‘셀카’를 찍어뒀더랍니다.
사진작가가 여행 책을 내며 이 일화를 소개했고, 위키미디어가 사진을 웹에 공개해 원숭이는 스타가 됐습니다. 셀카를 꽤 잘 찍었거든요. 사진작가는 사진 공개가 책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 사진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며 위키미디어에 사진을 내려달라 요청했는데 거절당했습니다.
원숭이가 찍었으니 저작권이 없는 퍼블릭, 공용이라는 이유로요. 이후 복잡한 일들이 있었지만, 결론만 얘기하면 법적 다툼 끝에 법원은 원숭이의 저작권도, 사진작가의 저작권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원숭이 셀카는 저작권이 없는 사진이 됐습니다.
챗GPT가 쓴 시에 곡이 붙은 노래도 이 과정을 거치면 저작권이 없는 노래가 될 테니, 바다연금은 날아가게 되는 셈입니다.
아, 잊을 뻔 했네요. 표절 문제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AI를 너무 믿지 말라고도 합니다. 챗GPT가 내놓은 창작물이 표절일 수도 있거든요. 만약 저작권을 제가 가져오게 되면, 표절에 대한 책임도 제가 져야 한답니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는 당연한 이치랍니다.
헌데 AI가 벚꽃연금을 만든 그 유명한 노래 이상의 인기곡을 만들 수 있을까요? 세상일은 모르는 거라고 합니다. 언어생성AI와 음악생성AI가 만나 큰일을 벌일지 누가 알까요.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저작권은 누구에게 돌아가게 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