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미운 오리’ 기판사업부, 성과급은 최고…왜?

김응열 기자I 2023.01.01 09:18:02

하반기 TAI 지급률 책정…주력사업 컴포넌트 35.7%, 기판사업은 75%
수익성 떨어지는 사업 정리, 고부가가치 제품 집중…영업이익 급성장

삼성전기 수원 본사. (사진=삼성전기)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삼성전기(009150)의 지난해 하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이 공개된 가운데 ‘미운 오리’ 취급을 받던 패키지솔루션사업부(기판사업부)가 사내에서 가장 높은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을 책정 받았다. 삼성전기의 주력 먹거리인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를 담당하는 컴포넌트사업부는 오히려 가장 낮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세트수요 감소로 MLCC 판매는 부진했지만 패키지솔루션사업부는 차세대 기판 생산에 나서는 등 수익성 개선 성과를 올린 영향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지난해 하반기 TAI 지급률은 패키지솔루션사업부의 경우 기본급의 75%로 책정됐다. 전 사업부 중 가장 높다. 컴포넌트솔루션사업부는 37.5%로 가장 낮다. 카메라모듈 사업을 맡고 있는 광학통신솔루션사업부는 50%를 받는다.

TAI는 삼성 계열사에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영업이익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기준으로 지급률을 책정한다. 최대 지급률은 월 기본급의 100%이다.

기판을 만드는 패키지솔루션사업부는 그간 삼성전기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다. 수년간 이어진 적자 때문이다. 2013년 164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패키지솔루션사업부는 이듬해 12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전환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829억원, 13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규모가 커졌다. 영업손실은 2018년까지 이어졌다. 반면 다른 사업부는 내내 흑자를 이어왔고 특히 컴포넌트사업부는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해왔다.

패키지솔루션사업부 영업손실의 주된 원인은 당시 생산하던 스마트폰 메인기판(HDI)과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디스플레이 모듈에 주로 쓰이는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와 업체간 경쟁 심화, 공급 단가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지며 적자를 야기했다.

이에 삼성전기는 두 제품의 사업에서 철수했다. 지난 2019년 말 삼성전기의 HDI 주력 생산기지던 중국 쿤산법인을 청산하기로 결정했고 지난해 10월에는 베트남에서 이뤄지던 RFPCB 생산도 중단하기로 했다.

삼성전기 반도체 패키지 기판. (사진=삼성전기)
반면 고부가가치제품으로 꼽히는 반도체 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 투자에 무게를 실으며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베트남 생산법인에 1조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지기판 투자를 결정했고 올해 3월에는 부산사업장에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지난 6월에도 약 3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에 나서면서 현재까지 1조9000억원의 투자 규모를 공개했다.

이 같은 사업 재편 성과는 영업이익 개선으로 나타났다. 올해 3분기 패키지솔루션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약 1470억원으로, 지난해 830억원보다 78% 뛰었다. 반면 컴포넌트사업부는 세트 수요 감소의 여파를 맞아 65% 하락했고 광학통신솔루션사업부는 36%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의 기판 사업은 그간 다른 사업부에 밀리는 감이 없지 않았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좋은 실적을 내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이번에 다른 사업부보다 높은 TAI 지급률이 책정된 건 그간의 체질 개선 노력을 인정한 것과 더불어 차세대 먹거리 분야에 헌신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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