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판매 줄었는데 돈 쓸 일은 늘어..'현금 경영' 나선 철강사들

함정선 기자I 2022.11.21 06:35:11

철강 수요 내년까지 감소세 지속 전망
전력비에 LNG 비용은 상승하며 경영환경 악화
포스코, 현금성 자산 늘려…보유 현금에서 신사업 투자
현대제철-동국제강, 차입금 축소하며 재무 개선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국내 철강사들이 현금을 확보하며 차입금을 줄이는 ‘현금 경영’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전방 산업이 위축되며 철강 수요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전기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비용은 늘어나며 경영 환경은 악화하고 있어서다.

20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국내 조강 생산 물량은 5046만톤(t)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 세계철강협회 전망으로는 올해 철강 수요 역시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과 중국 경제 둔화 등 영향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하며 2015년 이후 7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역시 성장률은 1%에 그치리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점도 철강사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부는 내년 기준 연료비부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LNG 가격은 올해 1~9월 t당 평균 132만5600원으로 지난해 대비 2배가 넘게 올랐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시작한 유럽의 에너지 대란이 심화하고, 가스 수요가 늘어나며 LNG 가격 상승세는 내년까지 지속하리라는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에너지 단가 상승으로 철강사들이 분기별 수백억원의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3분기 현대제철의 에너지 비용이 600억원 더 소요됐으리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3분기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모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가 감소했다. 태풍 피해 추정액 4400억원을 고려해도 시장 기대를 밑도는 수익이다. 현대제철도 수요위축과 판매가 하락 등 영향에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한 3830억원에 그쳤고 동국제강 역시 같은 이유로 전년 동기 대비 50.1%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철강사들은 에너지 비용 상승분을 자동차 강판이나 조선용 후판 등 가격 상승으로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나 이조차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가격 협상에서 철강사가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게다가 가격 상승 효과도 불투명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 하반기 차 강판 가격을 올리는 데 성공했음에도 3분기에는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철강사들은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7월 비상경영에 돌입하며 현금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7조495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말 4조7751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포스코그룹은 비상경영 체제에서도 이차전지(배터리) 등 신사업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나, 신사업에 대한 투자 역시 보유한 현금 내에서 집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올해 말 4조원가량 현금을 보유할 것으로 보여 내년 투자비는 여기에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금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해도 자사주를 매각하거나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를 발행하진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제철도 회사채를 상환하며 경기 침체에 대비하고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대비 차입금을 6000억원 줄였고 연말까지 추가 2000억원의 차입금을 줄일 계획이다.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차입금을 줄여나갈 전략이다.

중국법인과 브라질 제철소 등 부진한 자산을 매각하며 재무 개선에 주력해온 동국제강도 현금 중심 경영 기조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2019년 2조2476억원에 이르렀던 차입금을 올해 1조6084억원까지 줄인 동국제강은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상향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에도 철강 수요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해 이미 감산을 고려하고 있다”며 “친환경 등 필수적으로 투자를 진행해야 하니 현금 확보가 필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