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국내 조강 생산 물량은 5046만톤(t)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 세계철강협회 전망으로는 올해 철강 수요 역시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과 중국 경제 둔화 등 영향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하며 2015년 이후 7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역시 성장률은 1%에 그치리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점도 철강사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부는 내년 기준 연료비부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LNG 가격은 올해 1~9월 t당 평균 132만5600원으로 지난해 대비 2배가 넘게 올랐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시작한 유럽의 에너지 대란이 심화하고, 가스 수요가 늘어나며 LNG 가격 상승세는 내년까지 지속하리라는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에너지 단가 상승으로 철강사들이 분기별 수백억원의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3분기 현대제철의 에너지 비용이 600억원 더 소요됐으리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3분기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모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가 감소했다. 태풍 피해 추정액 4400억원을 고려해도 시장 기대를 밑도는 수익이다. 현대제철도 수요위축과 판매가 하락 등 영향에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한 3830억원에 그쳤고 동국제강 역시 같은 이유로 전년 동기 대비 50.1%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철강사들은 에너지 비용 상승분을 자동차 강판이나 조선용 후판 등 가격 상승으로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나 이조차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가격 협상에서 철강사가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게다가 가격 상승 효과도 불투명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 하반기 차 강판 가격을 올리는 데 성공했음에도 3분기에는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포스코그룹의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7조495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말 4조7751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포스코그룹은 비상경영 체제에서도 이차전지(배터리) 등 신사업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나, 신사업에 대한 투자 역시 보유한 현금 내에서 집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올해 말 4조원가량 현금을 보유할 것으로 보여 내년 투자비는 여기에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금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해도 자사주를 매각하거나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를 발행하진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제철도 회사채를 상환하며 경기 침체에 대비하고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대비 차입금을 6000억원 줄였고 연말까지 추가 2000억원의 차입금을 줄일 계획이다.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차입금을 줄여나갈 전략이다.
중국법인과 브라질 제철소 등 부진한 자산을 매각하며 재무 개선에 주력해온 동국제강도 현금 중심 경영 기조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2019년 2조2476억원에 이르렀던 차입금을 올해 1조6084억원까지 줄인 동국제강은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상향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에도 철강 수요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해 이미 감산을 고려하고 있다”며 “친환경 등 필수적으로 투자를 진행해야 하니 현금 확보가 필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