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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은 1일 “8월 주식시장이 약세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조이방원’은 상당한 강세 흐름을 보였다”며 “이들 업종이 테마 성격보다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논리로 인해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시대적 특징이 만들어 낸 수혜주”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둔화 또는 침체될 것으로 예상될 때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축소하는 것과는 달리 태조이방원의 경우 정치적 이유에 의한 투자 가속화 수혜를 봤다는 설명이다.
태양광과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포함한 이차전지의 경우 미국의 정책적인 지원 수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을 위해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에 3690억달러(약 480조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국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체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이들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또 원자력의 경우 윤석열 정부가 원전 부흥과 원전 수출 지원을 강조하며 수혜가 기대됐다. 조선업과 방위산업 업체도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되는 등 일반적인 매크로 현상에서의 수요공급보다는 정치적 현상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조선의 경우 서방국가들의 제재에 대한 보복조치로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던 천연가스를 끊으려 하자 유럽이 다른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려고 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반사이익을 누렸다. 방위산업도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려는 폴란드 요구에 따라 한국 방위산업체가 K2 흑표 전차와 K-9 자주포를 약 7조6780억원어치 팔기로 하면서 주목받았다.
8월이 미국과 유럽의 정치 수혜주의 시기였다면, 9월은 중국 정책의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태조이방원이 영원히 오를 수는 없다”며 “중국은 미국의 첨단기술 분야 제재에 대한 대응으로 ‘동수서산’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것이며 이것이 주도주가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수서산 프로젝트는 동부와 서부의 데이터 인프라 불균형을 완화시켜 궁극적으로 양극화 해소를 목표로 한다. 동부는 전력난이 심하고 전기료가 비싸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서부는 신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전기료가 싸고 기후가 서늘해 데이터를 보관하기 적절하다. 전국에 컴퓨팅 네트워크 허브 8개와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10개를 구축해 불평등한 인프라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게 목표다.
중국이 신형 인프라에 대한 투자 의지를 보임에 따라 국내 5G 산업도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 연구원은 “중국은 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미국의 첨단기술 분야 제재에 대응할 것”이라며 “5G 산업이 동수서산 프로젝트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종에도 주목했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 반도체 패권을 두고 서로 견제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중국은 작년 3월 발표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 중장기 목표’에서 중국이 반도체 분야를 전략육성 분야의 하나로 선정했다. 이에 미국은 지원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에 10년 간 중국 등 비우호국에 신규 투자를 제한하는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을 발효했다.
하 연구원은 “중국의 정책 수혜주로 반도체업종을 기대해볼만 하지만 당장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제재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해소된다면 주가에도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