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클리닉]치료 고난도 '두개저질환'... 뇌손상 등 위험 줄인 '내시경수술'이 대...

이순용 기자I 2021.06.15 06:51:30

이젠 개두술 없이 코에 내시경을 넣어 두개골 안 종양 제거하는 ‘내시경수술’이 대세
내시경 수술, 뇌와 뇌신경 및 뇌혈관 손상 위험을 줄여, 수술시간도 단축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두개저내시경센터’ 7개 임상과 15명 전문의로 팀 구성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의료계에서 가장 치료의 난이도가 높다고 알려진 질환이 바로 ‘두개저질환’이다. 두개저(頭蓋底, Skull base)는 머리를 이루는 뼈를 통틀어 부르는 두 개(頭蓋) 그리고 밑, 바닥을 의미하는 저(底)가 합쳐진 말이다. 즉 뇌가 얹혀 있는 두개골의 바닥 부위를 가리킨다. 이 부위에 발생하는 ‘두개저종양’은 두개골을 통과하는 뇌의 다양한 신경과 혈관으로 인해 환자의 중증도가 높고 치료 또한 매우 어렵다.

한 예로 두개저종양 중 가장 치료가 어려운 ‘척삭종’이 있다. 두개저의 가장 깊숙한 ‘사대’라는 곳에서 발생해 두개저를 광범위하게 침습하기 때문에 수술의 난도가 무척 높다. 하지만 수술이 완벽하게 시행되면 완치가 가능한 병이기에 수술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또한 재발 우려가 무척 크기 때문에 영상의학과의 세심한 진단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고, 잔존 종양이나 재발이 확인된 경우 방사선종양학과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계에서는 ‘두개저종양’ 치료가 가장 높은 난도에 속한다고 부르며, 여러 임상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한 협진이 필수적이다.

척삭종 외에도 두개저종양은 종류가 다양하다. △신체의 다양한 호르몬들의 분비를 총괄해 신체 각 부위에 있는 여러 내분비선의 기능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긴 ‘뇌하수체 종양’ △신경외배엽을 기원으로 하는 악성 종양인 ‘후각신경아세포종’ △청신경에서 발생하는 양성종양인 ‘청신경초종’ △뇌 또는 척수에 발생하는 종양인 ‘뇌수막종’ △경정맥에 있는 화학수용체에서 기인한 종양인 ‘부신경절종양’ △안와(Orbit)의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안와종양’ 등이 있다.

또한 두개골의 안쪽 부분이 아닌 바깥쪽에서 기원한 종양이 두개저를 침범하는 경우도 무척 흔하다. 이 경우 코나 귀 등 두경부에서 발생하는 각종 종양에 대해 전문적인 팀에 의한 치료가 필요하다.

◇내시경 수술 효과적이고 안전

두개저종양 치료에서 내시경수술은 효과적이고, 안전한 수술법으로 의료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머리를 열고 두개저종양 제거 수술을 했다. 종양 주변의 각종 뇌혈관, 뇌신경으로 인한 위험성이 있는 데다가 워낙 깊은 곳에 있어 수술이 위험하고 시간도 오래 소요되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두개골을 열어 뇌를 당기면서 얻은 좁은 공간에서 수술할 수밖에 없어, 수술 후 뇌가 부어오르거나, 그로 인한 경련 등 여러 합병증의 가능성이 컸다.

내시경수술은 코와 귀 등에 내시경을 삽입해 수술한다. 뇌의 바닥 부분과 코의 윗부분이 맞닿아 있어서, 코를 통해 뇌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한데, 몸 안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을 통해 접근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면서, 개두술로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뇌와 뇌신경, 뇌혈관의 손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피부 절개를 최소화할 수 있어 통증을 최소화하고 수술 시간도 단축할 수 있으며, 환자의 입원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숙련된 의료진들의 긴밀한 협업이다. 수술이 매우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각종 뇌신경과 혈관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 술기를 쌓은 의료진이 필요하며, 신경외과와 이비인후과의 협력이 매우 긴밀해야 한다. 코안의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후각 상실 같은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것은 이비인후과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뇌신경과 뇌혈관의 보존에서는 신경외과의 역할이 절대적이며, 어려운 종양 제거술 후 재건을 하는 과정은 성형외과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개인 아닌 원팀으로 고난도 질환 치료

최근에 문을 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도 개인 명의가 아닌 하나의 팀을 이뤄 두개저종양을 진단하고 환자에게 최선의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두개저내시경센터(Endoscopic Skull Base center)는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성형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종양내과 등 7개 임상과 15명의 전문의로 구성됐다. 두개저종양 환자를 처음 진단하고 치료를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치료가 이루어지고 회복하는 과정까지 여러 임상과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신경외과에서는 두개골 안쪽에 있는 종양을 제거하며 주변에 있는 뇌, 뇌 신경 그리고 뇌혈관 등 뇌의 주요 기능과 관계된 모든 구조물을 보존한다. 의료진으로는 장종희, 김의현, 문주형, 김우현 교수가 참여했다. 이비인후과는 코의 등쪽에 있는 코안 빈 곳인 비강과 이와 연결된 부비동에 위치한 종양을 제거한다. 외이도부터 중이를 거쳐 내이도에 이르기까지 귀에 있는 종양도 치료한다. 의료진은 김창훈, 문인석, 조형주로 구성됐다.

종양내과에서는 남은 종양이 있거나, 종양이 재발한 경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종양 치료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표적치료제 등의 치료 옵션을 제공한다. 종양내과 의료진은 김혜련, 홍민희 교수가 참여했다. 방사선종양학과에서는 종양이 다 제거되지 못하였거나 재발 우려가 큰 종양에 대해 방사선치료를 시행하며, 윤홍인, 김경환 교수가 참여했다.

영상의학과는 두개저종양의 진단부터 치료 결과 판정까지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며, 김진아 교수가 함께한다. 홍종원 교수가 참여한 성형외과는 종양 제거 후에 발생하는 광범위한 두개저 결손 부위를 복원한다. 윤진숙, 고재상 교수가 함께하는 안과에서는 안구 및 머리뼈 속에 안구가 들어가 있는 공간인 안와에 위치한 종양을 제거하고, 신경 손상으로 발생한 안과적인 기능 장애를 복원한다.

두개저내시경센터 소속 의료진들은 실제 센터가 생기기 전 월 1회 다학제 협력 회의를 진행해 왔다. 약 1시간 넘게 진행되는 회의에서는 수술이 매우 어려운 환자 사례에 대해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성형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종양내과 의료진들이 환자 중심의 최적화된 치료가 가능하도록 논의한다.

두개저내시경센터를 이끄는 장종희 센터장(신경외과)은 “최고 수준의 여러 과 전문가들이 협력해 개인이 아닌 하나의 팀을 이뤄 고난도 질환인 두개저종양과 질환들을 치료한다”라고 센터를 소개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두개저내시경센터’의 김의현 신경외과 교수(왼쪽)가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두개저내시경센터’ 의료진이 환자의 안전하고 정확한 치료를 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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