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0년에 처음으로 피자 2판을 구입하는데 비트코인이 쓰였던 5월22일을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비트코인의 경제적 효용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2009년에 탄생한 첫 번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기술적 개념을 살피면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소유권이 증명되고 물건을 살 수 있는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됐지만, 비트코인이 출시된 지 12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정상적인 화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비트코인과 같이 2009년에 출시돼 현재 자신도 개인 수표를 끊거나 식료품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가끔씩 사용하는 모바일 결제 앱 벤모(Venmo)와 페이팔을 거론하면서 “이들과 달리 비트코인은 아직까지도 대중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태어난 지 12년이 지난 비트코인이라면 이미 일상생활에 파고 들었거나 아니면 존재감이 없어져 이미 사라졌어야 했다”면서 “아직까지 가치있는 용도를 찾지 못했다는 것은 그 존재에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투기 수단 외에 비트코인이 사용되는 곳은 돈세탁이나 해커의 금품 요구와 같은 불법적인 분야뿐”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크루그먼 교수는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이처럼 의미 있는 효용을 찾을 수 없는 비트코인에 투자가 몰리는 것은 자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다단계 사기와 사실상 같은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투자한 사람들이 얻는 이익이 결국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돈을 취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폰지 사기가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나”라고 자문한 뒤 역대 최대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범으로 꼽히는 버나드 메이도프를 예로 들면서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메이도프는 1970년대 초부터 2008년까지 20년 넘게 신규 투자금을 유치해 그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금융사기를 저질렀다. 역대 최대 규모인 그 피해액만도 650억달러(원화 약 72조5000억원)에 이른다.
다만 크루그먼 교수는 금도 실제 생활에서 교환수단으로 사용되지 않지만 가치를 인정받는 것처럼 비트코인에 낀 거품이 조만간 터질 것이라고 확신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크루그먼 교수는 “가상화폐가 생명력을 유지하든 말든 별로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좋은 소식”이라면서 “가상화폐가 의미 있는 효용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도 투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의 삶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