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증시인물]美증시 상장 소망 10년만에 이룬 쿠팡 김범석

이슬기 기자I 2021.03.13 08:30:00

11일 쿠팡 상장…아마존보다 더 높은 가치 평가 받아
"美증시 상장하겠다"던 김의장 꿈 10년만에 이뤄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한국인들의 창의성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우리가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일부가 된 것이 너무나 흥분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태극기가 걸렸다. 쿠팡(CPNG)의 상장 때문이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을 두고 ‘한국 성공 스토리의 증거’라고 평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이사회 의장)가 CNBC와 인터뷰에서 쿠팡의 사업 전망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CNBC 갈무리)
지난 11일(현지시간)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엔 쿠팡의 상장을 맞아 태극기가 걸렸다. 김 의장은 이날 상장식에 참여해 직접 증시 개장을 알리는 오프닝 벨을 울렸는데, 오프닝벨을 울리기 전 상장식에 참석한 누구보다도 힘찬 박수를 치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쿠팡의 상장은 2014년 알리바바 상장 이후 외국기업으론 가장 큰 기업공개(IPO)였다.

쿠팡의 공모가는 35달러였으나 첫날 49.25달러에 장을 마쳤다. 개장 직후엔 69달러까지 주가가 올랐지만 점점 상승폭을 반납하며 49달러선에서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김 의장의 보유주식 가치는 86억 5624만달러(약 9조 8334억원)로 부풀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2일 기준·8조 8999억원)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5조 8768억원)은 크게 뛰어넘었다.

김 의장은 쿠팡의 상장을 한국의 성공 스토리의 일환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 CNBC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알리바바 이후 최대 외국기업 IPO라고 하는데 이는 한국의 성공 스토리의 증거”라며 “1960년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9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으나 오늘날 세계 10위권 경제국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쿠팡 창업 초기부터 뉴욕 상장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2011년 8월 쿠팡 창립 1주년을 맞은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장은 “2년 내 미국 증시에 상장하겠다”고 언급했었다. 그러나 회사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터라 당시 시장에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가 쌓였고, 2018년엔 적자만 1조원을 넘기자 ‘쿠팡 자체가 존속 가능하겠냐’는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 의장의 꿈은 10년이 지나 결국 현실이 됐다. 쿠팡의 적자는 계획된 적자라며 혁신으로의 투자를 위핸 어쩔 수 없다던 김 의장의 의견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진 셈이다. 쿠팡의 첫날 종가는 주가 매출액 비율(PSR·시가총액을 연간 매출액으로 나눈 값) 5.4배에 달하는 높은 밸류에이션이며, 이는 아마존(3.4배)보다 높다.

김 의장은 이에 대해 “(쿠팡의 적자는)적자라고 보기보다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공격적이고 지속적이고 계획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고객과 주주를 위해 진정한 가치를 만든다는 장기적인 전략에서 한눈을 팔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도 자평했다.

김 의장은 상장을 통해 모은 자금 역시 더 큰 성장을 위해 쓸 예정이다. 김 의장은 “이번 IPO가 그 여정을 변함없이 이어갈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해줄 것”이라며 “우리는 새벽배송과 같은 혁신에 계속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대규모 자금 조달로 인해 한국의 유통시장 역시 격변의 시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이 또 다른 성공스토리를 써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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