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사나이’ 1기에서 교관으로 출연한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이근 예비역 대위는 2018년 성추행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그의 유행어 “너 인성 문제 있어?”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게다가 5년 전 폭행으로 재판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2기에서 교관으로 출연 중인 정은주와 로건에게는 퇴폐업소 출입 의혹이 제기됐다. 정은주의 전 여자친구는 유튜버 정배우의 방송을 통해 교제 시절 정은주의 휴대전화에서 본 로건과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그 증거로 공개했다.
두 사람은 ‘소라넷 초대남’ 의혹까지 받고 있다. 소라넷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음란 사이트로, 점차 아동 음란물 제작 및 유통, 여성 몰카 유포 등의 문제가 불거져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특히 술이나 약물에 취해 의식이 없는 상태의 여성을 두고 이 여성의 의사와 관계없이 인터넷으로 여성과 성관계 맺을 남성, 일명 ‘초대남’을 부르는 행태가 이뤄져 사회적 해악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각에선 공인이나 연예인이 아닌 이들에게 도덕성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반응도 있지만, 어떤 제재 없이 넘어가기엔 영향력이 막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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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가짜사나이’의 인기는 돌풍급이었다. 지난 6월 공개한 시즌 1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약 3개월 만에 조회 수 1200만 회를 기록했다. 또 7개의 에피소드만으로 약 5000만 회 이상의 진기록을 세웠다.
곧이어 시작한 시즌 2는 훈련생 모집부터 관심이 뜨거웠다. 그리고 이들의 첫 훈련 에피소드는 약 1주일 만에 조회수 1376만 회를 넘어섰다. 시즌2 방송 시작 후 유튜브 인기 상위권에는 ‘가짜 사나이’ 관련 영상이 매일같이 올라와 있을 정도다.
이런 인기 요인 중 하나는 ‘가짜사나이’라는 제목과 달리 누구보다 ‘진짜’에 가까웠다는 사실이다. 훈련생도, 그들을 다루는 교관도 연출이 아닌 진정성 있는 훈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근 대위 역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짜사나이가 유명해진 이유는 모두 ‘진짜’였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성’을 중요시했던 이근 대위와 소방관 출신의 정은주까지 잇단 의혹으로 ‘진짜’를 의심하게 하면서 콘텐트 자체도 치명타를 입은 상황이다.
또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미래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생각하면 더욱 씁쓸하다. 유튜버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지난해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직업 3위로 올라섰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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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 대위는 성추행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사실에 대해 사과보다 “어쩔 수 없이 법의 판단을 따라야 했지만 스스로 양심에 비춰 더없이 억울한 심정이며 인정할 수 없고 아쉽고 끔찍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명해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닫고 있다”며 “절대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도 이 모든 것이 내가 누리는 것들에 대한 주어진 책임이라 생각하고 더 경청하고 최선을 다해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누리꾼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다”, “판결문에 정확히 명시돼 있는데 거짓말하는 거냐”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근 대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스타그램에 “CHEERS”(건배)라며 술을 마시는 모습 등 일상 사진을 올려 “강철 멘탈 자랑하나”, “멘탈 훈련중?” 이라는 지탄도 받고 있다.
정은주는 정배우를 통해 “퇴폐업소는 친구들끼리 가지는 않고 이야기만 했다”며 “‘초대남’은 친구가 본인 폰으로 장난을 쳤다”면서 시원치 않은 해명을 내놓았다.
진짜 ‘가짜사나이’ 위기에 놓인 이들과 관련해 허지웅 작가의 글이 누리꾼 사이 큰 공감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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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저도 챙겨보고 있었는데,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영상은 보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더라.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느냐에 관한 문제였다”며 “한계를 극복하는 경험은 그게 육체에 관련된 것이든 정신에 관련된 것이든 훌륭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든다. 우리 주변에는 그런 가혹한 경험을 가지고 성숙한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스스로 증명해냈다는 승리의 경험에 심취하여 자신이 남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며 내 세계를 제외한 다른 세계의 무게는 하찮게 여기게 된 오만한 이들 또한 많기 때문”이라며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그치지 않고, 너는 할 수 없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허 작가는 “왜 같은 경험을 하고도 누군가는 귀감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오만한 인간이 되는지 궁금했다. 그건 아마도 이러한 극복의 경험이 더 나은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훌륭한 재료일 뿐, 경험 그 자체만으로 이루거나 증명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며 “사유가 더해지지 않은 극복의 경험은 그저 고생일 뿐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괜한 고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경험을 재료로 나만의 답을 찾는 것. 그리고 그 답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고 겸허한 마음으로 나의 쓸모를 찾는 것. 중요한 건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의 태도에 달려 있다.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며 말을 맺었다.
‘중요한 건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의 태도에 달렸다’는 건 훈련생뿐만 아니라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교관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허 작가의 이 글은 논란이 있기 전 라디오와 그의 SNS를 통해 공개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