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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그림에는 두 종류가 있다. 최대한 얹어 시선을 사로잡는 그림. 최대한 빼내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 그렇다면 이 작품은 단연 뒤쪽에 속한다. 색뿐인가. 멀리서 봤다고 치고, 나무도 집도 강도 몇 가닥 선만으로 완성했다. 그것도 아주 인색하게.
색도 선도 아낀 이 풍경은 중견작가 오선예의 붓에 휘감겨 나왔다. 작가는 절절히 동경한다는 자연을 화폭에 옮긴다. 세세하게 그리지 않고 화려하게 올리지 않고도, 본 듯 못 본 듯, 그린 듯 그리지 않은 듯, 형체는 물론 감성까지 생생하게 빼낸다.
그런데 방식이 좀 특별하다. 그저 붓만이 아닌 거다. 우리 산이나 강 등에서 나는 광물을 채취해 장지에 안착시키는 ‘자연석채 기법’을 쓴다는데. “광물 속에 존재하는 우주의 숨을 표현하려 했다”는 거다. 그 우주에 유년시절 꿈과 서정까지 담아, 그간 지·필·묵에만 의존해왔던 실경산수화의 고전적 틀을 깨보자고 작정했단다.
덕분에 색·선을 거둔 그림에 유독 거칠고 진하고 강렬한 산세를 들일 수 있었고. 세상의 억겁이 돌기운을 빌려 이렇게 차곡차곡 쌓였다.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6길 장은선갤러리서 여는 초대전 ‘나무 그리고 바람의 안무’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장지·자연석채. 145×76㎝. 작가 소장. 장은선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