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사업 조합들이 일반분양가 책정을 놓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잇따라 마찰을 빚으면서 분양보증시장 개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조합들은 “분양보증시장에 경쟁체제 도입이 안되다보니 HUG의 통제가 더 심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보증시장 개방’ 문제를 공식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조합 “HUG로 인해 삼중고 겪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이 7월29일 이후로 연기됐지만, HUG의 분양가 규제 장벽에 막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둔촌주공아파트 사업장이다. 최근 둔촌주공 조합은 HUG에 분양보증을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조합이 책정한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3550만원이었지만, 너무 높다고 판단한 HUG가 분양보증 승인을 불허했다. 조합은 이미 지난해 말 총회에서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을 결의하고 해당 구청 인가도 받았지만 HUG 규제에 막혀 일반분양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HUG의 분양가 통제로 일반분양 이익 감소,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보증료 부담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반발했다.
경기 광명15구역 재개발 역시 HUG와의 분양가 협상 난항으로 일반분양 시기가 지난해 말에서 3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 연대 모임인 주거환경연합 김구철 조합경영지원단장은 “HUG는 위험부담 하나 없는 보증을 서주면서 분양가를 시세의 50~60% 수준으로 후려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도 “HUG가 ‘내부 기준’이란 잣대를 만들어 분양가를 통제하는 월권을 휘두르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불이익을 당할까봐 문제 제기조차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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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사업자가 30가구 이상의 아파트 분양을 하기 위해선 HUG의 분양보증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HUG는 심의를 거쳐 보증서를 발급하는데, 이때 분양가격이 주변시세보다 높다고 판단하면 보증서 발급을 해주지 않는다. 현재로선 이 보증서를 취급하는 곳은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HUG가 유일하다. 업계에선 “보증기관이 독점체제여서 HUG가 권한을 무리하게 휘두르고 있는 것”이라며 보증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HUG의 분양보증 독점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이미 2008년 HUG 외에 국토부 장관이 지정하는 보험회사에 분양보증 업무를 가능하게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바꾸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후 보증사고가 늘자 시장개방 시기를 2015년으로 연기했다. 2015년엔 옛 대한주택보증이 HUG로 공사 전환하면서 다시 밀렸다. 2017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2020년까지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해 분양보증기관으로 보증보험 회사를 추가 지정키로 국토부와 합의했다”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현재는 국토부에서 미온적이다. 국토부는 “HUG가 수행하고 있는 공적 기능을 고려했을 때 보증기관 추가 지정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분양보증 독점폐지 시 보증기관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 있고, 중소건설업체에 대한 보증 기피 및 보증료 인상이 우려된단 이유다.
그러나 국토부를 감사하는 국회의 시각은 다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6년 펴낸 ‘2015회계연도 국토교통위 결산 분석’에서 “분양보증을 제외한 건설보증은 이미 다수의 보증기관이 경쟁하면서 안정적으로 유지돼 출혈경쟁에 따른 동반부실 가능성이 낮다”며 “중소건설업체에 대한 우려도 타당하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HUG가 분양보증을 독점한 채 주택공급량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건 문제”라며 “분양보증에 경쟁 도입 필요하다”고 명확한 입장을 냈다.
야당도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토위 소속 송언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여름 HUG 외 보증보험회사 1곳 이상이 분양업무를 다룰 수 있게 의무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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