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양가 상한제 부작용 누가 책임질 것인가

논설 위원I 2019.08.13 06:00:00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그 지정 요건을 ‘투기과열지구’로 확대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적용 시점도 재건축·재개발의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에서 ‘입주자 모집공고’ 단계로 앞당겨진다. 여당 내부에서는 물론 관련부처 간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가 기어코 민간주택 가격 규제라는 초강수를 꺼내 든 것이다.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도 통제함으로써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데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가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행여 이같은 흐름이 전국으로 확산되지나 않을까 우려해 미리 차단 조치에 나서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상한제가 적절한 처방인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주택 사업자들이 분양을 꺼리면서 신규 아파트 공급 감소로 인한 주택경기 위축 및 집값 급등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상한제 시행 방침이 알려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신축 아파트 가격이 뛰어오르는 등 벌써부터 공급 감소에 대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매제한 기간을 현행 3~4년에서 5~10년으로 늘려도 청약 과열과 ‘로또 아파트’ 등 시장교란 현상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환율전쟁으로 확대되는 데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우리 경제는 지금 사면초가다. 집값 안정을 꾀하려고 주택·건설시장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곤란하다. 일자리 창출과 연관 산업 파급효과가 큰 부동산 시장에 올가미를 씌우는 꼴이다. 사전 협의과정에서 유보 의견이 나왔는데도 국토교통부가 앞장서서 밀어붙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인위적으로 통제하면 당장은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되레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 공급이 줄어들면서 초래되는 뻔한 결과다. 결국 서민들의 내집마련 어려움만 가중시키기 마련이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시장을 왜곡해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 그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부터 밝히고 정책을 시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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