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은 모든 사물이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초연결이다. 이 시대는 기계와 생산설비, 창고 및 물류 시스템 등이 통합돼 인공지능으로 정밀하게 제어되는 가상 물리 시스템이 생산을 주도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 아래에 세계 경제는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플랫폼 비즈니스와 공유 경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는 지구 반대편 스타트업의 비즈니스가 하루아침에 우리 기업을 망하게 할 수도 있고, 지역 경제를 책임지던 글로벌 앵커 기업이 갑자기 사업장을 철수해 졸지에 지역경제가 파탄 나기도 한다. 전 세계 시장이 급변하고,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경제를 지속해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이 기업으로 이전돼 가치를 생산하는 기술사업화 생태계가 잘 구축돼야 한다. 이 생태계는 대학과 연구기관 등 기술 공급기관 인근에 기업,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VC) 등 기술의 활용 주체들이 집적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이렇듯 지역의 혁신 활동이 국가혁신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갖춰진 각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혁신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첫 번째 시도는 연구기관 중심으로 운영되던 대덕연구단지에 2005년 기업 유치와 시험설비 구축 등을 위한 배후 공간을 추가하여 연구개발특구로 전환한 것이다. 특구는 이후 광주, 대구, 부산, 전북 등 5개 지역으로 확대됐고, 출연연, 대학, 기업 등 5400여개 기관에서 19만명의 종사자가 근무하는 기술사업화 전진기지로 성장했다.
특구는 전체 면적이 남한의 0.1%에 불과하지만 SCI 논문 수, 기술이전 금액, 특허출원 수 등 국가연구개발 성과의 40%를 담당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보고이다. 특구의 입주기업 수(5,41개)도 전국(395만개)의 0.1%에 불과한 반면 매출액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0.8%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업당 매출액(47억원)도 전국 평균 대비 4.2배를 기록하는 등 생산성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혁신역량이 비교적 잘 갖추어진 대덕특구에서조차도 연구역량에 비해 기업 활동 등 산업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해 혁신 클러스터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덕특구에서는 기존의 연구소 집적 구역에 기업의 활동 공간을 재창조하고, 기술이전과 투자, 시장진출 등 기술사업화가 잘 일어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리노베이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특구진흥재단은 이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문화, 예술, 먹거리, 볼거리 등 정주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특구에 축적된 기술 역량과 기술사업화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기획사 등 민간 전문가와 협력해 질 높고 파급력이 큰 혁신창업을 기획·육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기업이 원하는 기술수요를 발굴해 공공기술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사업화 플랫폼 구축과 기업 성장을 위한 투자유치 및 글로벌 시장진출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구진흥재단은 향후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대구·광주·부산·전북특구와 올해에 새롭게 지정할 강소특구를 체계적으로 연계하는 지역 혁신성장의 거점을 구축하고, 이곳들을 대한민국의 혁신성장을 이끌어갈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