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삼성전기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8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R&D 투입 비용은 총 5324억원으로 2016년(4084억원)보다 30.3% 증가했다. 불과 2년 사이 1240억원 가까이 R&D 비용을 늘린 셈이다. 2017년(4602억원)과 비교해도 투자액은 15.6%나 뛰었다.
삼성전기는 R&D 투자 확대와 함께 담당 조직 개편도 진행했다. 중앙연구소와 글로벌기술센터, 사업부 연구실, 해외 연구소 산하에 있던 기존 12개 조직을 쪼개 14개로 늘렸다. 특히 사업 부문별 선행개발팀을 확보해 신기술 R&D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이처럼 삼성전기가 R&D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 효율을 높이는 이유는 수익성 높은 고사양 제품 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서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카메라모듈, 기판, 센서 등 주력 사업에서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의 저가 공세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신제품 개발로 경쟁 우위를 점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MLCC는 전장(전자장비)용 고사양 제품 개발로 비중 확대에 나섰다. 전장용 MLCC는 최근 전기차 보급 확대와 자율차 기술 향상에 따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 업체가 제한적이어서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자율차 한 대에는 약 1만6000~2만개 정도의 MLCC가 들어간다. 이는 스마트폰 한 대에 사용되는 MLCC(약 1000개)의 10~20배에 달하는 규모다. 가격도 일반 IT용 MLCC와 비교해 3배 이상 비싸다.
카메라 모듈은 최근 스마트폰에 3~4개 카메라가 탑재되는 추세에 발맞춰 고해상도·광학줌·3D센싱·초광각 제품 개발을 이어간다. 기판 역시 차세대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과 안테나용 저손실 기판, 5G 통신모듈 등 고성능 제품 개발에 집중한다.
실제 삼성전기는 지난해에만 △0603(0.6mm x 0.3mm) 초고용량 MLCC △스마트워치 기판 △다기능 쿼드러플(Quadruple) 카메라 모듈 △갤럭시 노트9 소형 무선충전기 △멀티카메라 초광각 렌즈 등 선행기술을 대거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기의 이같은 R&D 투자 확대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올해 사업 핵심 과제로 주력사업의 고부가 중심 사업 재편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제품 확대를 꼽았다. 미래를 위한 선제적인 R&D 투자로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 실적(영업이익 1조181억원)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달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전자부품 사업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미중 통상갈등 등으로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면서도 “4차 산업혁명 도래로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5G 이동통신 등 신기술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사장은 “컴포넌트 사업은 하이엔드 제품 기술 차별화를 강화해 지속적인 고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며 “모듈 사업도 고부가 모듈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기판 사업은 선행기술 개발로 미래를 준비해 사업체질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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