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는 이전에도 ‘드림하이’(2011), ‘최고다 이순신’(2013), ‘예쁜 남자’(2013), ‘프로듀사’(2015),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 ‘나의 아저씨’(2018) 등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 이름을 알렸지만, 영화 출연은 ‘페르소나’가 처음이다.
‘페르소나’는 ‘가면’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영화 용어로는 감독이 영화 속에서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기 위해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는 특정 배우를 의미한다. 이번 영화 제목은 여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에서는 타인에게 파악되는 자아 또는 자아가 사회적 지위나 가치관에 의해 타인에게 투사된 성격을 지칭한다. 쉽게 풀이하자면 ‘남에게 보여지는 나’ 정도의 뜻이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에 따르면 연극에서 배우가 역할에 따라 가면을 바꿔 쓰듯이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개의 페르소나로 살고 있다. 이지은의 자아는 ‘가수 아이유’와 ‘연기자 이지은’이라는 페르소나를 갖고 있는 셈이다. ‘딸’, ‘누나’, ‘선배’ 등 대중에게 잘 드러나지 않은 페르소나도 물론 있을 것이다.
아이유 외에도 두 개 이상의 페르소나를 갖고 연예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상당 수 있다. 드라마 ‘가십설’의 테일러 맘슨은 더 프리티 레크리스라는 밴드의 보컬리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영화 ‘스쿨 오브 락’ 등으로 유명한 잭 블랙은 배우로서 유명해지기 전부터 테네이셔스 D라는 록 듀오에서 음악 활동을 했다. 셰어, 마돈나, 레이디 가가, 제니퍼 로페즈, 알리사 밀라노 등도 가수와 배우 활동을 겸하며 수시로 가면을 바꿔 쓴다.
음악 활동을 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페르소나를 선보인 뮤지션도 있다. 데이빗 보위가 대표적이다. 그는 1972년부터 ‘Ziggy Stardust’라는 캐릭터로 활동하다가 1973년 런던 공연에서 이 페르소나의 죽음을 알리고는 한동안 ‘Aladdin Sane’으로 무대에 섰다. 또 1976년엔 ‘The Thin White Duke’라는 페르소나를 소개했다. 프린스 역시 제이미 스타, 토라 토라, 알렉산더 네버마인드, 카미유 등으로 페르소나의 변신을 거듭했다.
뮤지션이 아닌 앨범으로 범위를 더 넓혀보면, 비틀스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보이 밴드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창조해낸 페르소나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아이유의 페르소나로 돌아가보자.
아이유는 2016년부터 연기 활동을 할 때 본명 ‘이지은’을 사용한다. 연기자로서의 아이유가 ‘이지은’이라는 본명을 사용하는 것은 대중에게 가수로서 익숙한 페르소나와는 다른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국민 여동생’ 아이유라는 페르소나를 벗고 자아에 더 가까운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본명을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아이유 또는 이지은은 가수로서 그리고 연기자로서 완벽하게 가면을 바꿔 써가며 대중을 사로잡는다. ‘나의 아저씨’나 ‘페르소나’에서 연기하는 이지은을 보면서 ‘좋은 날’이나 ‘삐삐’를 부르는 무대 위의 아이유를 머릿속에 그리기는 쉽지 않다.
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 그리고 아티스트로 성장한 아이유를 보면서 그녀가 앞으로 보여줄 또 다른 페르소나는 무엇일지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