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다''..직장인 브이로그 열풍 영상으로 쉽게 다른 직종 이해할 수 있어 타인의 일상 보며 공감
최근 젊은 층 사이 '브이로그'를 찍고 보는 현상이 열풍이다. 브이로그(V-log)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가 합쳐진 단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찍은 영상 콘텐츠를 일컫는다. 유튜브 1인 미디어 시장이 성장하며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공유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키워드 검색 도구인 ‘키워드툴’에 따르면 유튜브 한국 채널 내 ‘브이로그’ 검색수는 2018년 8월 6만 5600건에서 2019년 2월 109만 1000건으로 약 16배 증가했다.
6개월 만에 브이로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가운데 눈에 띄는 콘텐츠는 ‘직장인 브이로그’다. 일반 회사원, 승무원, 교사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출근 후 일상, 퇴근 후 휴식하는 모습까지 공유하는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직장인 브이로그를 보며 그들을 응원하는 댓글을 달기도 한다. 변호사의 업무일상을 담은 ‘변호사 브이로그’에는 “피아노 학원 다닐 때 연습 한 번만 했는데 두 번 했다고 체크했어요”, “유치원 때 실수로 개미를 밟았어요”등 자신의 사소한 잘못을 고백하는 유머성 댓글들이 달려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기업도 협업해 브이로그 콘텐츠 생산
대부분의 회사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브이로그 촬영이 제한적인 반면, 브이로그를 찍는 것을 장려하는 회사도 있다. 미샤에서는 티웨이와의 협업으로 ‘[승무원 브이로그] 승무원은 어떤 하루를 보낼까?’라는 브이로그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해당 콘텐츠는 출근 편·비행준비 편·기내 편 세 편으로 이뤄져 승무원의 하루를 담아내고 있다. ‘출근 편’에서는 승무원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와 메이크업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행준비 편’에서는 출근 후 승무원들의 쇼업, 객실 브리핑, 합동 브리핑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마지막으로 ‘기내 편’에서는 기내 전방·후방 총괄과 기내 방송·기내 판매까지 기내에서 진행되는 승무원들의 업무가 소개됐다. 시청자들은 “요새 승무원들에 대한 콘텐츠가 많이 나와 기쁘다”며 다양한 직장인 브이로그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콘텐츠 인기 원인... 브이로거와 시청자 심리 상호작용
그렇다면 직장인 브이로그를 찍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메라 어플 회사에 재직 중인 김서연(가명·여) 씨는 원래 일상생활 브이로그를 찍다가 회사생활을 담아보는 게 어떨까 해 자연스레 직장인 브이로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브이로그를 찍는 것에 대해 동료와 상사들은 “신기하게 생각하지만, 직종이 직종인 만큼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라며 “누가 회사생활을 이렇게 찍어주니 좋다고도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직장인 브이로그에서 “회사문화나 시설·복지 등의 모습을 찍고 싶지만, 보안상 일부분만 찍을 수 있다”며 보통 점심시간, 출퇴근하는 모습, 자리에 앉아서 근무하는 모습 정도만 찍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
직장인 브이로그를 보는 시청자들은 자신과 다른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궁금해서 브이로그를 시청한다고 말했다. 승무원 브이로그를 즐겨보는 애청자 이수현(가명·여) 씨는 “평소 승무원의 일상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브이로그로 알 수 있어 좋다“며 ”승무원은 아니지만 새벽 일찍 출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영상을 보며 공감하게 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승무원 브이로그에는 ”세상 좋아졌다 방구석에서 치킨 먹으면서도 승무원이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있고“라는 댓글도 달린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직장인 브이로그가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에 대해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심리가 잘 맞물려 일어난 현상”이라고 얘기했다. 임 교수는 브이로거들이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고 싶은 심리”와 시청자들의 “직접 만나지 않아도 궁금했던 직종의 사람들의 일상을 자세하게 보고 싶어하는” 심리가 서로 긍정적으로 작용해 직장인 브이로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시차는 있지만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직장인 브이로그의 인기요인으로 언급했다. 시청자들은 직장인 브이로그에 댓글로 해당 직종에 대한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고, 브이로그 유튜버는 그 댓글을 보고 자신의 직장에 대한 소개와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다시 브이로그로 촬영해 업로드한다. 임 교수는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시청자들이 평소 잘 알지 못했던 직업에 대해 알 수 있게 되고, "유튜버와 시청자의 상호작용이 긍정적으로 일어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