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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젊은 세대 사이에서 ‘복고’가 핫한 놀이로 부상하고 있다. 레트로(Retro·복고)를 새롭게 향유하는 이른바 ‘뉴트로(New+retro)’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서다. 레트로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지난날의 향수에 호소하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과거를 모르는 1020세대들에게 옛것에서 찾은 신선함으로 승부한다.
1990년대 유행했던 나이키 에어맥스 시리즈는 재발매와 동시에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SNS 상에는 빈티지 컵과 필름카메라, LP판 등 복고에 빠진 이들의 ‘인증샷’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온다. 20여년 전 청소년들의 놀이장소였던 롤러장은 다시 인기를 타고 전국에 140여개 매장이 생겨났다. 옛것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과 중구 을지로를 활보하는 이들 중에는 중장년층보다 앳된 얼굴의 젊은이들이 더 많다.
지난달 왕십리 CGV에서 선착순으로 판매한 20kg 곰표 밀가루 포대 팝콘은 둘째날까지 완판 기록을 세웠다. 67년 역사를 지닌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가 뉴트로 트렌드에 맞춰 CGV와 함께 진행한 이벤트였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준비한 1000개의 수량이 거의 다 나갔다”며 “곰표 브랜드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이 재밌어 하면서 자발적으로 이벤트를 홍보했다”고 말했다.
‘뉴트로’는 지난해 말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펴낸 ‘트렌드코리아 2019’에서 올해를 강타할 트렌드의 하나로 꼽으며 다시한번 주목을 받았다. 김난도 교수는 책에서 “복고는 수시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트렌드이지만, 뉴트로는 1020세대를 공략하는 새로운 복고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며 “과거의 무조건적인 재현이 아니라 현재의 미학적 감성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뉴트로 현상을 처음 주목한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는 “1020세대가 뉴트로에 열광하는 배경에는 와비사비라는 라이프스타일이 있다”며 “불완전함의 미학을 나타내는 일본의 미적 관념 중 하나로 젊은 세대는 옛것을 촌스러운 것이 아닌,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복고는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과거에 히트했던 상품의 복각판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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