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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하반기 남은 빅딜, '키맨'은 사모펀드 아닌 대기업

성선화 기자I 2018.11.02 05:00:00

딜라이브-KT, CJ헬로-LG유플러스, 미니스톱-롯데 등 대기업 인수 수력
CJ그룹 해외 큰손 진출..미국 스완스, 독일 슈넬레케 인수 추진
스틱, MBK, JKL 등 전통 바이아웃 PE도 재무적투자자(FI) 경쟁 치열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성선화 박정수 기자] 최근 사모펀드들의 경영권 인수 딜이 주춤한 사이 대기업들이 국내 인수합병(M&A)시장 ‘키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사모펀드들이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가치를 높이기가 쉽지 않고 해외 크로스보더 딜들이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국내 사모펀드들이 기업 경영을 효율화하는 투자 전문가보다는 대기업의 자금줄을 대는 ‘돈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대기업이 쥐락펴락 주무르는 M&A 시장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시장에 나온 빅딜들의 인수 주체는 롯데, LG, CJ, KT, SK 등 대기업들이다. 일부 사모펀드들이 인수전에 가세하긴 했지만 유력 인수자로는 거론되지 않고 있다.

이달 중순 본입찰 예정인 미니스톱은 신세계와 롯데가 맞붙은 가운데 롯데가 유력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CJ헬로의 매입 중단으로 위기에 처한 딜라이브 매각도 KT가 새로운 인수자로 떠올랐다. 대신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냉동식품 업체 쉬완스를, CJ대한통운은 독일 물류회사 슈넬레케 인수를 추진 중이다. SK는 글로벌 산업가스업체인 독일 린데의 국내 린데코리아 인수에 뛰어들었다.

이는 기업 경영권을 인수해 몸값을 높이는 전략이 쉽지 않은데다 대기업들의 산업 재편 상황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전통적인 바이아웃 전략을 고수해 왔던 MBK파트너스도 올초 처음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채권형 투자도 하는 스페셜시츄에이션(SSF)를 설정했다. 최근 박현종 BHC 대표가 경영권을 인수하는 MBO(경영자인수)에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의 경영을 효율화하고 가치를 높이는 일이 쉽지 않다”며 “차라리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배당 수익을 받는 것이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는 “현금이 풍부하고 성장이 더딘 산업군에 속한 대기업들이 M&A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그 외 산업군에서는 오히려 매각에 나서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 국내 사모펀드, 대기업 FI 선정 경쟁 치열

실제로 최근 국내 사모펀드들 사이에선 경영권 인수 딜 보다는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견 기업의 바이아웃 펀드로 실력을 발휘해 온 JKL파트너스는 처음으로 CJ제일제당의 FI로 참여했고, 서브원의 물적분할 회사인 S&I의 FI 선정을 위해 MBK파트너스와 어피니티에쿼티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JKL은 팬오션, 하림 등이 경영권 인수로 실력을 인정 받아 국민연금 블라인드 펀드로 선정됐고, MBK는 국내 1세대 바이아웃 펀드다. 전통 바이아웃 사모펀드들이 이제는 FI 투자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FI 투자 전략을 추구해 온 스틱 인베스트먼트의 활약도 두드러지고 있다. 스틱은 웅진씽크빅의 코웨이 인수에 FI로 잇달아 선정됐고, 독일 슈넬레케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CJ와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중국 룽칭물류(현 CJ로킨) 인수, 브라질 세멘테스 셀렉타 지분 인수, 베트남 물류회사 제마뎁 인수 때도 같이 했다. 덕분에 대기업들의 FI 투자를 위해 설정한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는 모집 2년 만에 6000억원을 전부 소진했다.

내년에도 대기업 비핵심 계열사 물량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돼 사모펀드들의 FI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일감 몰아주기 경고를 받은 삼성 웰스토리,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이노션 등도 내년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모펀드들의 역할은 대기업들이 하기 힘든 중소기업 경영 효율화 작업”이라며 “대기업 사업 재편 시장에 FI로 뛰어들기 보다는 중견 중소 기업의 바이아웃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사모펀드 전략에 따라 FI로 나설지 경영권 인수에 나설지는 갈린다”며 “조단위의 빅딜이 나오면서 오히려 바이아웃 비중이 최근에는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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