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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그 장면]부르고 싶어, 그 노래… 윤심덕 ‘사의 찬미’

이정현 기자I 2018.09.29 06:00:00

영화 ''해어화''의 곡 ''사의 찬미''
대한해협에 몸던진 조선 최초 소프라노
창작오페라로 재탄생한 윤심덕

영화 ‘해어화’의 한장면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부르고 싶어, 그 노래

“‘사의 찬미’ 알죠?”

수줍은 듯 노래를 시작했다. 목소리는 심금을 울렸다. 기녀의 삶을 사는 게 아니라 가수로 노래를 하고 싶었던 연희(천우희)는 이렇게 눈에 띄었다. 비록 이것으로 친우인 소율(한효주)와 등을 돌리게 됐으나 그것도 괜찮다. 2016년 개봉한 영화 ‘해어화’의 한 장면이다. 1943년 경성의 마지막 기녀 학교가 배경이다. 박흥식 감독은 모든 것이 암울했던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기녀의 기구한 삶을 ‘사의 찬미’로 대표했다. 누구도 꺾을 수 없는 ‘말을 아는 꽃’의 꿈이다.

△조선 최초 소프라노의 情死

‘광막한 황야에 달리는 인생아’로 시작하는 곡 ‘사의 찬미’는 일제강점기인 1926년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인 윤심덕이 발표했다. 이오시프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을 번안했으며 가사는 윤심덕이 직접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발매한 첫 우리말 음반이기도 하다. 조선의 ‘글루미 선데이’라 불릴 정도로 우울한 이 곡을 유명하게 만든 건 윤심덕의 삶 때문이다. 일본에서 유학한 신여성으로 화려한 삶을 살았으나 유부남이었던 김우진을 만났고 그와 함께 바다에 몸을 던졌다. 조선인이 정사한 첫 사례라 화제가 됐다.

△오페라로 보는 윤심덕의 삶

윤심덕의 삶이 오페라로 재탄생한다. 29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는 오페라 ‘윤심덕, 사의 찬미’다. 윤심덕의 삶과 곡 ‘사의 찬미’가 소재로 한 창작 오페라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영남오페라단과 손잡고 무대에 올린다. 윤심덕이 함께 몸을 던진 김우진을 비롯해 홍난파, 채동선, 홍해성 등이 독립운동기금모금을 위해 대구극장에서 공연했던 실화를 더했다. 작곡가 진영민이 곡을 썼으며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가 연출한다. 소프라노 이화영과 조지영이 윤심덕을 연기하며 테너 김동원과 노성훈이 김우진에 번갈아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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