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재건축 부담금'..변수 널려 얼마 나올지 '며느리도 몰라'

정다슬 기자I 2018.05.18 05:35:00

부담금 좌우하는 ''3대 변수''
①사업 종료시점 주택가액
②산정 개시시점 주택가액
③개발비용

△재건촉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 이후 첫 부담금을 통보받은 단지가 나오면서 재건축 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 단지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전경. [사진=서초구청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아파트의 재건축 초과이익 예상 부담금이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나오면서 재건축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반포현대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부활한 이후 첫 예정 부담금 통보인 만큼 자치구(서초구청)가 어떤 기준으로 부담금을 산정할지가 시장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재건축 부담금 산정 방식상 변수가 많아 고지된 금액이 준공 당시 그대로 부과될 지조차 알수 없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사업 종료시점 주택가액…주택시장에 따라 달라져

국토교통부는 서초구청에서 반포현대 재건축 조합에 통지한 부담금 예정액은 국토부 업무 매뉴얼에 근거해 적정하게 산정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또 서초구청이 산정한 재건축 부담금은 예정액으로, 최종적인 재건축 부담금은 종료시점(준공)의 명확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확정 부과되며 향후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초구는 지난 15일 반포현대 재건축 조합에 예정대로 2020년 준공할 경우, 1인당 1억 3569만원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통보한 바 있다. 사업 종료시점(준공) 주택가액에서 개시시점(추진위원회 설립) 주택가액과 개발비용, 정상적인 상황의 집값 상승액을 뺀 금액을 초과이익으로 봤다.

그러나 재건축 부담금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인 사업 종료시점의 가치가 주택시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2020년 준공 시점 부담금이 그대로 적용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서초구가 발표한 사업 종료시점 주택가액 역시 수많은 전제 아래 산출된 것이다.

서초구는 반포현대 추진위가 설립된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연평균 4.5%)을 적용해 조합원 분양분 주택가치를 산정했다. 그 결과 2020년 공시가격은 12억 2125만원으로 추정됐다. 정상주택가격 상승률은 같은 기간 감정원의 종합주택매매가격지수 상승률(연평균 4.1%)를 적용했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단독·다가구주택, 연립·다세대주택 등 모든 주택 유형을 포함하는 종합주택매매가격보다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높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2015년 4월부터 작년 12월까지는 집값이 상승하던 호황기였다. 올해 4월을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안정세로 돌아섰다. 따라서 이같은 상승률이 준공시점인 2020년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②사업 개시시점 주택가액…준공 시기 따라 부담금 차이 발생

재건축 초과이익 산정 개시시점도 변수다. 개시시점의 주택 가격이 높이 평가될 수록 부담금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추진위가 설립된 지 10년이 지나지 않은 반포현대 등은 해당이 되지 않지만 강남권에서 현재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상당수의 단지가 2000년대 초반 추진위가 구성됐다. 반포주공1단지(3주구)·대치 은마·잠실 주공5단지 등은 추진위를 구성한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부담금 개시시점은 준공시점에서 역산해 10년째 되는 날이 된다.

이 때문에 이들 단지가 재건축을 통해 언제 준공되느냐가 초과이익 부담금을 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3년까지 서울 주택시장은 침체기였다. 공시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13년은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무려 6.3% 떨어졌다. 재건축 개시시점 주택가액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이들 단지가 2022년에 준공되는 것보다 2023년에 준공되는 것이 재건축 부담금이 더 많아질 수 있는 이유다.

아직 추진위가 설립되지 않은 단지들이 추진위 설립을 뒤로 미룬 것 역시 부담금 산정 개시시점을 고려한 것이다. 당초 개포주공5·6·7단지는 추진위원장을 선출하고 올 상반기 중 추진위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추진위 설립 시점을 내년을 미뤘다. 올해 초 집값 상승세가 내년도 공시가격에 반영되는 것을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추진위 설립을 위해 현재 주민동의서를 받고 있는 압구정3구역 역시 일부 주민들 사이에는 추진위 구성 시점을 뒤로 미룰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③개발비용…“부담금 낼 바에야 단지 고급화하자”

개발비용도 부담금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관한 법에 따르면 개발비용은 공사비, 설계감리비, 부대비용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한 제세공과금 등을 폭넓게 인정한다. 이 때문에 재건축 단지들이 개발이익을 남겨 부담금을 낼 바에는 차라리 단지 고급화를 하는데 사업비를 투자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를 시작으로 현재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은 단지 안에서 삶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시설을 강화하는 추세다. 인피니티 풀과 스카이브릿지 등 5성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커뮤니티시설도 포함된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개발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즉 특화설계를 강화할 수록 개발이익이 줄어들고 공사비가 많이 투입되면서 부담금 역시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특화설계 비용을 공사비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이같은 부분도 개발비용으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단지가 고급화되면서 주택 가치가 상승하는 부분이 사업 종료시점 주택가액에 반영될 경우 재건축 부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