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의 졸속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2년 전 환수한 덕종어보가 일제강점기 당시 다시 제작된 ‘짝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모조품임을 확인하고도 그동안 쉬쉬해 왔다고 하니 충격적이다. 이처럼 논란이 확대되는데도 이를 다른 진품들과 함께 버젓이 특별전시에 끼워 넣음으로써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우리 문화재 행정의 무책임한 현실이다.
문화재청은 문제의 덕종어보를 2015년 미국으로부터 기증받으면서 “1471년 제작된 진품”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1924년 종묘에서 진품이 분실된 이후 조선총독부 산하 친일 민간기업인 조선미술제작소에서 새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환수 실적 쌓기에 급급해 진품 여부를 제대로 가리지 않고 반환받은 것이다. 당시 민간 전문가가 가짜 가능성을 제기했는데도 묵살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쉬쉬했다는 점이다. 문화재 당국이 짝퉁 덕종어보임을 확인한 것은 지난해 6월이라고 한다. 그러나 환수 당시의 대대적 홍보와는 달리 지난 2월 국립고궁박물관 홈페이지의 관련 내용을 슬그머니 고쳤을 뿐이다. 시민단체의 폭로가 잇따르자 뒤늦게 “숨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짝퉁이라는 사실을 1년 넘게 함구하고 있었던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의도적으로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한심한 행태는 또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3월 덕종어보 등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 669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위원회에 등재 신청했다. 덕종어보가 가짜인 것도 모른 채 성급하게 세계유산 신청을 한 것이다. 모조품이라는 게 드러나 올해 초 국내 문화재 지정 대상에서도 제외된 판인데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망신을 자초한 꼴이다.
고궁박물관은 현재 ‘조선왕실 어보 특별전’을 열고 있다. 지난 7월 미국에서 환수한 문정왕후·현종 어보 등과 함께 덕종어보도 전시되고 있는 모습이 꼴불견이다. 짝퉁 어보를 다른 진품들과 나란히 전시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희석시키겠다는 속셈일 것이다. 당장 전시에서 빼는 게 옳다. 재발 방지를 위해 검증 부실 및 짝퉁 은폐 경위 등을 규명해 엄정하게 책임소재를 가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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