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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 영화장르 다양성도 K컬처의 첩경

김민구 기자I 2016.11.18 05:00:00
[김성수 문화평론가] 최근 한국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쏟아졌고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일개 강력계 경찰이 재벌 2세를 응징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과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내부자들’, 터널 붕괴사고를 다룬 하정우 주연작 ‘터널’, 올해 관객 천만명을 돌파한 영화 ‘부산행’ 등은 부조리한 현실의 문제점을 잘 짚어준 작품들이다.

현실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기는 다큐멘터리 역시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연성화의 대안이 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비롯해 한진중공업 노동운동을 그린 ‘그림자들의 섬’, 국정원 간첩 조작사건을 다룬 ‘자백’,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무현 두 도시 이야기’ 등도 한국 현대사에 영향을 준 사건들을 재조명했다.

또한 이들 작품은 투자자들에게 경제적 이득은 물론 작품 완성도를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부산행, 터널, 자백 등이 국내 영화제는 물론 해외 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수상한 점도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 영화의 작품성이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영화들을 탄생시킨 든든한 모판은 수난을 겪고 있다. 영화계 젖줄 역할을 하는 정부 벤처투자금 ‘모태펀드’가 펀드 만기를 2년이나 앞둔 상황에서 중도 해산해 버렸다. ‘대한민국영화전문투자조합1호’라 불렸던 국내 유일의 영화 투자펀드인 모태펀드는 지난 8월 22일 조기 해산을 결정한 뒤 지난 9월말 펀드 출자자를 상대로 해산조합원총회를 개최해 내년 2월 최종 청산을 결정했다.

문제는 이 펀드 자금줄이 실제 영화인들이 돈을 모아 만든 영화발전기금을 마중물로 삼아 조성됐다는 점이다. 예전엔 영화진흥위원회가 열악한 영화 제작지원 등을 목적으로 영화 입장권 수익의 3%를 징수해 조성한 영화발전기금을 직접 운영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정부 벤처투자금인 모태펀드를 공공기관 한국벤처투자에 맡기고 이를 민간자금과 합쳐 펀드를 조성해 민간 투자회사 벤처캐피탈에 위탁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총 150억원 가운데 100억원이 영화발전기금에서 나온 돈이다. 그런데 고작 3억원 밖에 안되는 적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산수벤처스의 투자 의사 변경으로 해체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산수벤처스 최대주주는 이재환 대표로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동생이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인디스페이스와 아리랑시네센터, 작년에 문을 연 대구 오오극장 등 민간 운영 전용관들이 지원사업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그 대신 영진위는 기관에서 직영하는 인디플러스, 인디플러스 영화의 전당, 문체부 산하기관 한국영상자료원의 시네마테크 KOFA 등을 지원 극장으로 선정했다. 경영난을 겪고 민간 운영 전용관을 배제하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 직영 극장에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지원대상에서 배제된 영화관들의 공통점은 모두 다이빙벨을 상영한 극장이라는 것이다.

다이빙벨을 상영한 예술영화전용관들도 지원 사업 방식이 바뀌면서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영진위는 지난해 기존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을 폐지하고 예술영화전용관 유통배급 지원사업을 새롭게 실시했다. 지원 조건은 위탁단체가 선정한 24편의 영화를 매달 2편씩 의무 상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극장 고유의 프로그래밍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다룬 영화관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이는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 정체성을 훼손시킬만큼 왜곡되고 편향된 내용이 아니라면 다양한 시각을 다룬 작품을 폄훼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사회적 문제점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이를 일반인에게 알려 대형사고의 재발을 막고 영화 장르를 다양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영화 인프라를 갖추는 게 한류문화의 글로벌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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