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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제약업 도약하라]④숲 대신 나무… 후진적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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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훈 기자I 2016.08.13 07:00:00

국내 제약사 800개 난립…손 쉬운 리베이트로 연명 많아
대부분 제약사 ''복제약 판매''에 의존
투자 없이 병원·의사에 잘 보이기 경쟁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지난해 9월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의 특허가 만료됐을 때 60개 업체가 복제약(제너릭)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사의 후진적인 생존전략을 다시 확인한 계기’라고 자평했다. 신약개발보다는 ‘영업도 경쟁력’이라며 여전히 리베이트에 의존하거나, 외국계 제약사의 약을 대신 팔아주고 받는 수수료로 매출을 올리는 회사들이 있다.

800여 제약사가 복제약에 의존해 경쟁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제약사 수는 851개다. 2006년 약제비 적정화, 2010년 시장형 실거래가, 2012년 일괄 약가인하 등 제약사들이 ‘제약업 죽이기’라며 반발했던 정책들이 연이어 시행됐지만 실제 제약사 수는 느는 추세다.<표>

연도별 제약사 수(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대부분 제약사가 특허가 풀린 ‘남의 약’으로 손쉽게 장사를 하다 보니 규모가 엇비슷하다.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완제 의약품을 생산하는 국내 제약사 307곳 중 148개 업체(48%)가 생산액이 100억원 미만이고 5000억원 넘는 제약사는 5곳에 불과하다. 한 중소규모 제약사 대표는 “거의 모든 제약사가 제네릭에 의존하다 보니 연구개발보다 의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경쟁이 심하다”며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는 리베이트가 가장 현실적인 매출 도구”라고 말했다.

두 번 걸리면 퇴출인데도, 여전히 리베이트

정부의 리베이트 근절의지는 확고하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자뿐 아니라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까지 처벌하는 쌍벌제(2010), 리베이트 사실이 두 번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에 건강보험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투아웃제(2014) 등 강력한 근절책을 시행 중이다. 강력한 정책과 업계의 자정(自淨) 노력으로 리베이트가 많이 줄긴 했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그래프).
식약처에 적발된 리베이트 업체 수(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리베이트로 행정처분을 받은 제약사 수는 2010년 14개 사에서 쌍벌제 시행 이후인 2011년에는 9개사로 줄었다가 다시 늘어 2013년 31개사로 증가했다. 투아웃제가 시행된 2014년에는 2개사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9개사로 다시 늘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가 윤리규정 프로그램(CP) 등을 도입해 나름대로 리베이트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실적 압박을 받는 영업직원들은 리베이트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법이 더욱 교묘해질 뿐 완전히 근절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낯 부끄러운 매출 1조

국내에서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제약사는 유한양행이다. 이 회사는 2014년 1조81억원의 매출을 올려 국내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넘긴 후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이 회사의 최대 매출원은 외국 제약사의 오리지널 신약 ‘코프로모션(Co-promotion)’이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상은 판매대행수수료다. 전체 매출의 30%가 이런 형태에서 나온다. 비리어드(B형간염약), 트라젠타(당뇨병약), 트윈스타(고혈압약) 등 세 약의 코프로모션 매출이 전체의 4분의 1이나 된다. 주력인 원료의약품 관련 매출은 1873억원(16.6%)에 불과하다.

유한양행에 판매를 맡기는 외국계 제약사의 임원은 “유한양행은 오너가 없는 CEO체제라 ‘CEO 임기 중에 문제만 일으키지 말라’는 분위기가 있다”며 “그런 이유인지 영업을 깔끔하게 해 외국계 제약사가 선호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이런 매출 구조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살얼음판’이라는 지적이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외국계 제약사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그 매출이 사라진다”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외국의 신약을 들여오던가 불평등한 조건으로 계약을 갱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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