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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던 마곡지구의 오피스텔 전·월세시장이 공급 과잉 후유증을 앓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오피스텔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월셋값 하락과 함께 임대 수익률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 나오기 무섭게 완판(완전 판매)되던 일년 전 모습과는 딴판이다.
마곡동 S공인 관계자는 “이곳 마곡지구 일대 오피스텔은 요즘 세입자 구하기 전쟁이 한창”이라며 “기업체 입주가 아직 1~2년가량 남은 데다 여름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오피스텔 전·월세 가격이 일제히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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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마곡동 일대 총 3.66㎢ 부지에 조성되는 마곡지구는 요즘 주거·상업·업무·산업단지 개발이 한창이다. LG전자 연구센터와 롯데·코오롱 등 대기업이 입주를 앞두고 있고, 여의도공원의 2배가 넘는 중앙공원(가칭)도 조성 중이다. 서울시가 마곡지구 한가운데 제2의 코엑스를 만들기로 확정한 것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개발 호재가 이어지자 지구내 직장인 수요를 겨냥한 오피스텔 공급이 쏟아졌다. 서울시는 지난해까지 마곡지구 오피스텔 용지(총 136필지) 가운데 절반가량인 64필지(47%)를 매각했다. 건축 허가를 받은 33개 필지에서 준공 예정 물량을 더한 오피스텔 공급 물량만 총 1만 2968실에 달한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마곡지구는 올해 하반기(7~12월)에만 5244실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수도권에 입주하는 물량(1만 5950실)의 3분의 1수준으로 지방 전체 공급 물량(7385실)의 80%에 이른다.
밀어내기 오피스텔 물량에 전·월세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마곡지구에 있는 전용 19.83㎡짜리 T오피스텔은 지난 5월 1억 1000만원에 거래되다가 이달 들어 1억원으로 전셋값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월 임대료도 45만원으로 5만원 하락했다. 더욱이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60만원을 내고 3개월 단위로 월세 계약을 맺는 단기 임대 물량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쌓여 있는 매물이 수두룩하다.
임대료가 하락하면서 수익률에도 비상이 걸렸다. 오는 11월 입주하는 마곡지구 대방 디엠시티 전용 24㎡형 분양권은 1억 6000만원(5층 기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시세를 웃도는 월 55만원에 임대를 놓더라도 수익률이 4% 초반대에 그친다. 여기에 은행 대출과 소득세·공실률 등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3%대까지 내려간다. 분양 당시 건설사들이 내걸었던 ‘연간 8~9%대 수익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마곡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5호선 발산역으로 이어지는 강서로(1.27㎞)에 오피스텔 건물이 20개가 넘을 정도로 공급 과잉”이라며 “대기업 입주가 시작하는 내년 하반기는 돼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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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마곡지구가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 오피스텔 매물을 선점하려는 수요도 적지 않다. 은행에 맡겨둔 종잣돈을 빼 이윤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려 보자는 계산에서다. 더욱이 서울시가 지난 4월 마곡지구에 오피스텔 건축 불허 방침을 내리면서 추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덜게 됐다. 마곡지구 내 R공인 관계자는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기업 입주에 대비해 시세보다 싼 값에 오피스텔 매물을 사려는 문의가 꽤 있다”면서도 “집주인들이 1~2년만 버텨보자는 생각에 매물을 내놓지 않아 거래는 뜸하다”고 말했다.
선주희 부동산 114 연구원은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은행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어 오피스텔의 매매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오피스텔 가격에 따라 임대수익률이 달라지는 만큼 투자자라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단지와 공실 우려가 낮은 역세권 및 업무시설 주변을 노려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