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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광복군]"복원? 훼손?" 상해 임시정부는 '공사중'

성세희 기자I 2015.08.12 06:30:00

광복 70년 맞은 상하이 임시정부, 관광객 맞으려 꽃단장
"토지·건물 모두 중국정부 소유..예산제공 설득도 외면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옛 모습(위)과 현재 모습(아래) (사진 출처= 독립기념관, 충칭=성세희 기자)
[상하이·충칭=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지난 4일 찾은 중국 충칭시(重慶市). 이곳은 일제에 맞서 항일투쟁을 벌였던 독립운동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충칭시는 일제의 탄압을 피해 중국을 떠돌았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4곳과 광복군 총사령부가 있던 유서 깊은 곳이다. 하지만 임시정부 청사였던 건물 두 곳은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군 폭격으로 이미 사라졌다.

그나마 남아 있던 충칭시 우스예항(吳師爺巷)의 3번째 청사는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예전에는 그나마 ‘대한민국임시정부구지’(大韓民國臨時政府舊址)라고 적힌 표지석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표지석마저 찾아볼 수 없다. 충칭시는 철거한 우스예샹 임시정부 청사 건물을 이전해 복원한다는 방침이나 여태껏 복원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재 충칭시에서 한국인 방문객들이 찾아볼 수 있는 곳은 4번째 청사가 유일하다. 충칭시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 또한 재개발 열풍에 떠밀려 지난해 철거됐다.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 또한 충칭시가 복원을 약속했으나 이행 시기가 언제쯤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충칭시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최미란(29·여)씨는 “독립운동 유적지가 잘 보존돼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유적들이 철거돼 놀랐다. 철거된 유적들이 그대로 폐기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상하이시에서 ‘조선은 독립된 국가’임을 선언하며 문을 열었던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는 1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도 한국인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은 상하이시에도 주요 유적지로 관리, 방문객들에게 입장료 20위안(4000원)을 받았다.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는 독립운동 유적지가 아닌 ‘관광지’로 전락할 위기다. 지난 5일 찾은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는 내부와 외관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리모델링’이 한창이었다.

중국 상하이시(上海市)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내부 공사 중인 모습 (상하이=성세희 기자)
상하이 임시정부 내부는 예전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흰색 페인트칠이 돼 있었다. 청사 내부에는 리모델링을 위해 뜯어낸 것으로 보이는 건축 자재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청사 내벽은 앙상한 골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건물 안쪽에서는 드릴 소리가 요란했다. 광복군 활동을 알리던 안내판은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폭염을 뚫고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를 찾은 한국인 방문객들은 입구에 써 붙여 놓은 ‘내부 공사 중 출입금지, 9월 3일 재개관 예정’이라는 문구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임시정부 청사를 관리하는 중국인 보안요원은 “원래 민낯보다 화장하면 좀 더 예쁘지 않으냐. 이곳도 예쁘게 화장하고 9월에 다시 문을 열 것”이라고 했다.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국외를 떠돌다 숨진 독립투사 유해가 광복 70년 동안 조국 땅을 밟지 못한 채 잠들어 있다. 중국의 국부로 불리는 쑨원(孫文)의 부인 쑹칭링(宋慶齡) 여사가 잠든 송칭링 능원(宋慶齡陵園) 안에는 외국인묘원(外籍人墓園)이 있다. 이곳에는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 선생을 비롯해 외무총장 신규식, 군무총장 노백린 선생 등의 유해가 묻혀 있었다.

지난 5일 찾은 중국 상하이 송칭링 능원 외국인 묘지에 묻힌 우리나라 독립투사로 추정되는 비석 (상하이=성세희 기자)
박은식 선생 등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가로 명성을 날린 이들의 유해는 1993년과 1995년 사이 우리나라로 이장돼 국립 현충원에 묻혔다. 하지만 임계호(林桂鎬) 선생 등 적지 않은 인사들의 유해가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채 여전히 이곳에 묻혀 있다. 이 묘역에 묻힌 인사들 중 일부는 독립운동에 헌신한 인사로 추정되나 활약상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국가보훈처는 중국 내 독립운동 유적지가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나라밖 유적이어서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중국 내 독립운동 유적지가 모두 중국 정부 소유여서 우리 정부가 유적지를 직접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사유지라면 매입이라도 할 텐데 중국은 토지와 건물 모두 중국 정부 소유여서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에 유적지를 잘 관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전부”라며 “일례로 충칭시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 복원사업의 경우 우리 정부가 예산을 대겠다고 했다는데도 중국 정부가 자국 자산인 만큼 자체 예산으로 하겠다고 거부할 정도여서 중국 내 유적지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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